작년 12월 15일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 3·4실. 분석관 10명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선거 개입 증거를 찾기 위해 철야근무 중이었다. 대통령 선거(12월 19일)가 목전에 닥친 시점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는 촌각을 다투는 일이었다. '편파수사'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분석 작업은 녹화됐다.
오후 5시 15분, 4실의 분석관 A씨가 "오 Got it(잡았다)"이라 말했다. 분석관 B씨가 "뭔데요"라고 묻자 A씨는 "저는 이번에 박근혜 찍습니다"라며, 자신이 발견한 게시글 내용을 읽었다. 이 글이 국정원 직원 김씨가 인터넷에 남긴 것이라면 국정원의 선거개입 증거물이 될 수 있었다. 분석관들은 작업을 계속했다.
7시간 40분이 지난 16일 0시 59분. 3실의 분석관들은 허탈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눈다. 분석관 C씨가 "박근혜를 찍습니다, 이게 이 사람이 쓴 건지"라고 말하자, 전날 "Got it"이라 외쳤던 A씨는 "작성자는 '서태지나'… '숲속의 참치'를 가져다 했다는 거잖아"라 했다. 다른 분석관 D씨는 "얘가 로그인 상태에서 봤다는 거지요"라고 했다. '숲속의 참치'는 국정원 김씨 닉네임이고 '서태지나'는 그냥 일반인이다. 이 글을 국정원 김씨가 쓴 게 아니라 열람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분석관들은 이때 확인한 것이다. 경찰이 이 게시글을 국정원의 '선거 개입' 증거로 내놓지 못한 건 이 때문이다. 이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수사한 검찰은 지난 6월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12월 15일 오후 5시 15분 부분만 첨부자료에 공개한 뒤 '국정원 직원 노트북에서 선거 관련 글 확인'이라고 제목을 달아, 경찰이 국정원의 선거개입 정황을 확인하고도 덮어버렸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최근 검찰이 경찰 수사내용을 왜곡했다는 의혹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다. 본지는 이 논란을 확인하기 위해 127시간에 달하는 원본 동영상을 입수해 돌려봤다. 아쉽게도 검찰은 다른 대화들이 이뤄진 시각은 대부분 명기하면서 문제의 '오 Got it' 발언이 나온 시각은 밝히지 않았다. 본지는 문제의 '박근혜 찍습니다' 글의 진상이 밝혀지는 16일 0시 59분 동영상을 어렵사리 찾아내 전후 2~3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들여다봤지만 '오 Got it'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오 Got it'을 해당 부분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고 지난 19일자로 보도했다.
검찰은 보도가 나가자 '오 Got it' 발언이 나왔던 시각(15일 17시 15분)을 그제야 밝히며 '발언이 있었으니 오보(誤報)'라 항의했다. 그 발언이 있었으니 오보는 맞는다. 본지는 그래서 정정보도(21일자)를 했다. 그러나 문제의 게시글을 국정원 직원이 쓴 게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 부분은 일부러 빼놓고, 국정원 직원이 직접 쓴 것으로 오인할 만한 대화만 잘라 발표한 검찰은 어떤가.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이 의도를 갖고 수사결과를 왜곡해 발표한다면, 이를 감시해야 하는 언론은 늘 오보의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켑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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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 2013.08.22 14:14
사건을 왜곡조작하는 검사를 그대로 두어도 되는가? 왜 아무도 고소를하거나 처벌을위한 조치를 안하는지? 사실이라면 검찰총장도 경질되어야하지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