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일기
285회 강주은의 남양주 봄나들이 밥상
<285회 강주은의 남양주 봄나들이 밥상>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을 맞아,
봄꽃처럼 우아한 강주은 씨와 함께 남양주로 봄 마중을 떠났습니다.
노포를 찾기 어려운 남양주에서 무려 30년간 자리를 지켜온 골목 식당이라죠.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운영하는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지리산에서 키운 흑돼지구이와 맛깔스러운 나물이 푸짐하게 나오는 보리밥입니다.
으레 흑돼지의 비계는 없어서 못 먹는다고 하죠.
숯불 향이 고루 밴 목살과 삼겹살의 고소한 기름 맛은 가히 일품이더군요.
흑돼지구이에 보리밥은 단골들 사이에서는 세트 메뉴로 통한다는데,
보리밥과 함께 나오는 열 가지 나물에 시선을 압도당했습니다.
30년 세월이 흘러오는 동안 주인장 부부도 나이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느긋한 여유가 필요한 곳이지요.
잠깐의 기다림이 아쉽지 않을 만큼 훌륭한 밥상을 만날 수 있을 겝니다.
남한강을 품은 남양주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지요.
자전거, 오토바이 라이더들의 맛집으로 통하는 식당을 찾았습니다.
묵은 갈증을 싹 날려줄 시원한 동치미국수를 필두로
들깨가 듬뿍 올라간 도토리묵무침과 수제 만두까지 어디 하나 빠지는 메뉴가 없더군요.
1996년부터 한 해도 손님들이 끊인 적이 없는 식당이라니 말 다 했지 뭡니까.
1대 주인장인 어머니의 손맛을 아들이 이어받아 백년가게를 꿈꾸고 있다네요.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찾고 싶다면 동치미국수가 답입니다.
노을이 질 무렵, 홀로 남양주 도심의 뒷골목으로 향했습니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국밥집인데, 소머리뼈가 통째로 전시된 게 흥미롭더군요.
날도 날이니만큼 뜨끈한 소머리곰탕에 수육까지 사치 좀 부려 봤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우설에 귀밑살, 눈살, 콧등살, 볼살, 턱밑살, 주둥이살, 턱안쪽살까지
소머릿고기 부위를 무려 열 가지 부위로 세분화해서 내고 있답니다.
다채로운 식감에 골라 먹는 재미까지 더했다죠.
한우 잡뼈에 소머리를 같이 넣고 삶아 진하게 우려낸 곰탕 국물은 두 말이 필요 없고요.
20대 중반부터 소머리를 다뤄왔다는 청년 주인장의 내공을 느끼고 싶다면
남양주 봄나들이 마지막 코스는 바로 이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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