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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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회 I want you! 원주 혁신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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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1관리자 조회수 771
<188회 I want you! 원주 혁신 밥상>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강원도의 길목 원주- 
원주에는 멋진 볼거리만큼이나 맛난 먹을거리도 많더군요 
겨울의 끝자락 원주 나들이는 상큼발랄한 배우 신소율 씨와 함께했습니다 
유쾌한 에너지가 넘쳐 시종일관 즐거웠습니다 

첫 번째로 들른 식당은 이름도 재미있는 ‘고작비지찌개’를 파는 집입니다 
고작비지란 비지를 청국장처럼 띄운 것으로 고기가 귀하던 시절 발효를 통해 감칠맛을 끌어올린 강원 산간지역의 두부요린데요 다른 지역에선 ‘띄운비지’ ‘뜬비지’라고도 한답니다 
청국장처럼 구수하면서도 살짝 쿰쿰한 맛이 나는게 아주 매력적인 음식이더군요 
이 고작비지찌개에는 일반 김치가 아닌 3년 묵은 ‘덤벙김치’가 들어가야 제맛이랍니다 
김치소없이 양념 푼 물에 말 그대로 덤벙 덤벙 담갔다가 익힌 김치지요 
시원하면서도 양념이 강하지 않아 고작비지찌개와 참 잘 어울리더군요 
역시 한식의 세계는 끝이 없습니다 

정겨운 모습을 한 국숫집을 찾았습니다
이 집의 별미를 맛보려고 준비물까지 챙겨왔는데요 
바로 건진호박국수입니다 
호박이 나는 계절인 여름에만 파는 메뉴인데 애호박을 챙겨간 노력이 가상했는지 특별히 만들어주시겠다더군요 
일단 이집은 김치맛이 참 좋습니다 
상큼한 열무김치 달큼한 깍두기도 좋지만 뭐니 뭐니해도 소뼈육수를 넣어 담근 배추김치가 일품이더군요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게 딱 강원도 김치같달까요 
고대하던 건진호박국수! 
삶아서 찬물에 헹군 칼국수 위에 빨갛게 볶은 애호박볶음을 넉넉히 올려 비벼먹는 독특한 스타일인데요 
부드러운 칼국수면과 달콤하면서도 알싸한 매력의 애호박볶음이 참 잘어울리더군요 
여름까지 기다리기 너무 힘들다면 이댁의 감자옹심이도 참 좋습니다 
감자옹심이에 들어가는 노부부의 노고가 보통이 아니거든요 
농사지은 감자를 강판에 갈아서 자루에 넣고 물에 헹궈 전분기를 빼길 수차례- 일일이 동그랗게 빚어내니 보통 정성이 아니지요 그렇게 해야만 겉은 말캉하면서도 속은 쫄깃한 감자옹심이가 된답니다 
국물도 참 구수한데요 그 비결은 바로 삶은 감자를 으깨서 들깻가루와 함께 넣기 때문이랍니다 
50년 넘게 함께 해온 노부부의 애틋한 마음만큼이나 사랑이 넘치는 음식이었습니다 

원주에 와서 메밀을 안 먹고 가면 섭하지요 
메밀전병에 싸먹는 수육을 판다고 해서 들렀습니다 
수육을 시키니 화려한 한 상차림이 나오더군요 
메밀전병, 깻잎장, 백김치 중에 취향껏 골라서 싸먹으면 된답니다먼저 고기를 맛봤는데요 
세상에 이토록 부드러운 수육이라니! 
등심목살을 사용한다는데 신소율 씨 표현대로 치과 치료 받은 날에도 먹을 수 있을 법한 극강의 부드러움이었습니다 
중약불에 뜸들이듯 오래 삶은 뒤, 냉장보관하지 않고 진공포장했다가 손님상에 내기 전 증기에 데워서 내기 때문이랍니다 
고기가 좋으니 주인장 추천대로 메밀전병, 깻잎장과 함께 싸먹어도 시너지가 참 좋고, 메밀전병에만 싸먹어도 궁합이 좋더군요 
골라먹는 재미까지 더한 수육 메밀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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