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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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회 봉주르! 종로 앙상블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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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30관리자 조회수 922
<182회 봉주르! 종로 앙상블 밥상>

어느덧 2022년 마지막 날이 다가왔습니다.
오늘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아주 특별한 손님을 모셨는데요.
생후 6개월에 프랑스로 입양되어 프랑스의 장관직까지 지낸
글로벌 유명 인사 ‘플뢰르 펠르랭’씨입니다.
40년 만에 고국에 돌아왔다는 플뢰르 씨에게 아무 밥상이나 내어놓을 순 없기에
서울 그리고 한국 문화의 중심지인 종로로 귀한 손님을 모셨습니다.

소탈한 플뢰르 씨는 막걸리를 매우 좋아하신다더군요.
그래서 특별히 인사동 한복판에서 직접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을 찾았습니다.
일전에도 제가 방문한 적 있는 곳인데, 3개월 숙성시킨 막걸리와
남도 음식을 맛깔나게 내어놓는 곳입니다.
시장에서 서대를 사 와 직접 손질하고 말려 조리하는 찜은 물론이고
참기름에 볶아내 비린 맛을 잡은 꼬막비빔밥도 일품이지요.
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그윽한 풍미의 막걸리와 그 단짝, 해물파전입니다.
주문 즉시 반죽해서 바삭한 식감이 그만인데요.
해물파전을 많이 드셔봤다는 플뢰르 씨도 엄지척, 하시더군요.


외국 음식들도 한국에 오면 한국화되기 마련인데,
프랑스 대사관에서 총주방장을 맡은 분이 운영 중인 프랑스 가정식집이 있다고 해서
한국 사랑으로 유명한 파비앙 씨도 함께 모셨습니다.
실제로 프랑스 가정에서 자주 먹는다는 요리를 3만 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어 매우 인기가 많은 곳인데요.
프랑스에서 해장용으로 즐긴다는 양파수프와 와인에 졸인 찜닭인 꼬꼬뱅,
마무리로 달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은 크림브륄레까지
여기가 프랑스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코스요리를 대접받았습니다.


사찰음식, 하면 약간 맛이 떨어진다는 오해가 있는데요.
파비앙 씨가 자주 찾는다는 아주 맛깔난 사찰음식 전문점을 찾았습니다.
이 댁 요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디 하나 손 많이 가지 않는 것이 없었는데요.
아무런 간 없이 호박의 맛을 그대로 낸 호박죽,
아침마다 끓인 채수로 기름 대신 졸여낸 우엉잡채,
12년 된 씨육수로 깊은 맛이 일품인 무조림 
그리고 자연건조 해 식감을 살린 표고버섯탕수까지,
채소로 이런 맛을 낼 수 있나? 싶었던 아주 맛있는 집이었습니다.

손님들을 보내드리고 혼자 한잔할만한 곳을 찾았습니다.
메뉴판도 없어 주인장이 배짱 장사를 하나~ 싶었던 곳인데요.
알고 보니 예약을 받아 손님들이 원하는 재료로 코스요리를 척척 내어놓는
아주 솜씨 좋은 집이더군요.
특히 산초 열매를 숙성시켜 느끼함을 싹 잡은 아귀 간 요리와
양파즙만으로 농도를 맞췄다는 양념을 끼얹은 가오리찜,
그리고 꽤 오랫동안 숙성시켜 쫀득함을 잘 살린 숙성회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종로 가까이 산다면 오가며 자주 들릴만한 곳이더군요.
이렇게 숨은 맛집들이 많다니, 역시 명실상부한 종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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