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126회 맛의 신세계! 경기 성남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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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2관리자 조회수 2288

<126회 맛의 신세계! 경기 성남 밥상>

예고도 없이 가을이 훌쩍 찾아왔습니다.
이번엔 제가 살고 있는 경기도 성남에 숨어있는 밥집들을 찾아봤습니다.
성남 밥상은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 최고인 류수영 씨와 함께했는데요.
믿고 먹는 어남선생으로 불린다더니 정말 음식에 대한 조예가 깊더군요.
류수영 씨와 함께 음식 이야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성남 하면 모란장이죠. 모란시장은 수도권에서 몇 안 되는 오일장이 열리는 곳입니다.
시장에 오면 장터국밥이 생각나죠. 모란시장 기름 골목 초입에 있는 소머리국밥집을 찾았습니다.
가게에 들어서자 신기하게도 국밥집에서 으레 날 법한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더군요.
소머리국밥 맛도 깔끔하니 잡내 하나 없었습니다.
비결을 물으니 육수를 낼 때 소머리 대신 우족과 사골을 넣는데, 그마저도 8시간씩 세 차례를 우려낸답니다. 국밥 하나에 들어가는 정성이 보통이 아니더군요.
야들야들한 머릿고기도 제일로 쳐준다는 황소 머리만을 고집하는 데다
고기를 찍어 먹을 양념장도 세 가지로 내어주니 맛이 있을 수밖에요.
아주 훌륭한 한 끼였습니다.


서울의 주거 도시로 만들어진 성남엔 아파트가 참 많습니다.
아파트 사이에 있는 상가에서 남해바다 밥상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습니다.
시댁이 삼천포, 사천이라는 주인장이 만들어내는 바다 밥상인데요.
바다 밥상답게 청각무침, 꼬시래기무침, 다시마 무침 등 다양한 해조류 반찬은 물론,
경상도 밥상답게 방아잎을 활용한 전과 반찬도 나오더군요.
특히 가을이 제철인 가을 생선의 왕 전어가 회무침으로 나왔는데 없던 입맛도 돌아오게 할 만큼 새콤하니 맛이 좋았습니다. 밥을 안 비빌 수가 없더군요.
생선의 머리와 등뼈 등을 넣고 끓인 서더리맑은탕까지 마무리로 나와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습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지요.
수제비 연구만 10년, 운영규칙만 22가지를 내세운 수제빗집을 방문했습니다.
9~10월에 잡히는 오사리 멸치 만 팔천 마리를 넣어 만든 육수로 맛을 낸다는 수제비.
특유의 맑은 국물은 은은한 단맛이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수제비는 또 어찌나 얇게 뜨는지 종잇장처럼 투명하게 비칠 지경이었습니다.
얇은 수제비는 밀가루를 저어하는 제 입맛에도 잘 맞더군요.
속까지 뜨끈해지는 한 그릇이었습니다.


성남의 마지막 집은 40년간 보쌈만 팔아온 보쌈전문 식당입니다.
이 집의 인기 메뉴는 단돈 8천 원에 즐길 수 있는 보쌈 정식인데요.
8천 원이라고 해서 고기 몇 점이나 나올까 싶었는데 웬걸요.
촉촉하고 부드럽게 삶은 돼지고기에 무말랭이무침과 비교할 수없이 제대로 만든 보김치.
그리고 여섯 가지 반찬에 된장국까지-
너무나 훌륭한 한 상이 차려지지 뭡니까.
특히 돼지고기 수육은 유독 부드러워서 부위가 궁금했는데 가브리살로 삶는다더군요.
이문을 남기기보다 손님들에게 맛난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주인장의 마음이 엿보이는 한 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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