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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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회 순수예찬! 첩첩산중 영월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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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6관리자 조회수 2340

<순수예찬! 첩첩산중 영월 밥상>


수려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강원도의 최남단 영월을 찾았습니다.
첩첩산중 속의 작은 도시라 옛 강원도의 맛이 오롯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오랜만에 두 딸의 육아에서 탈출한 배우 이윤지 씨는
강원도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어 영월에 꼭 오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윤지 씨와 함께 숨은 영월의 맛을 찾아 나섰습니다.


산간지역이라 논이나 밭농사가 어려운 영월은 겨울이면 먹을 것이 많이 없었다지요.
때문에 옥수수, 감자, 메밀 등의 곡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많았다는데요.
너무 많이 먹어 꼴도 보기 싫어 이름 붙었다는 ‘꼴두국수’는
그런 영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메뉴입니다.
밀가루와 메밀을 반반 섞어 뽑은 면을 맹물에 김치와 함께 끓인
단출한 꼴두국수는 단연 영월 사람들의 겨울을 책임진 효자입니다.
꼴도 보기 싫은 국수라 어떤 맛일까 싶었는데,
담백하고 슴슴한 국물과 구수한 면이 윤지 씨와 제 입에 꼭 맞더군요.


영월 하면 단종을 빼놓을 수 없지요.
아내인 정순왕후의 분 냄새가 나 단종이 좋아했다는 어수리 나물은
영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수리 나물은 처음 접해보았는데,
향이 강해 그 맛이 입안에 오래 맴돌더군요.
어수리, 곤드레, 더덕으로 담은 장아찌들 역시 기억에 오래 남을만한 반찬들이었습니다.


김삿갓면에는 강원도 영월, 충북 단양, 경북 영주 삼도가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 인근에 80대 노부부가 일구는 민박집이 있다고 해서 잠시 들렀는데요.
할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구수한 묵밥과 순수한 맛의 감자전도 참 특별한 집이었지만,
무엇보다 60년을 넘게 함께 해 온 두 노부부의 따뜻함이 최고의 맛깔난 반찬이었습니다.
여름이 오면 꼭 다시 찾고 싶은 집이더군요.


시멘트로 유명한 모 회사가 터를 잡은 쌍용리에는 40년이 다 되도록
문전성시를 이루는 유명한 불고깃집이 있습니다.
육수와 고기를 따로 익혀 먹는 방식의 불고기는 저에게도 꽤 생소했는데요.
달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은 게 계속 생각나는 맛이더군요.
마지막은 육수에 말아 먹는 밥이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단종이 묻힌 장릉 옆 200원부터 시작했다는 보리밥집을 마지막으로 찾았습니다.
90세 할머니가 아직도 주방을 호령하는 아주 멋진 곳이지요.
이 집 나물들은 모두 주문하면 바로 무쳐 싱싱하기가 그지없는데요.
어릴 적 보릿고개가 생각나 추억과 함께 곱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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