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86회 맛의 자부심! 전주 밥상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2021.01.15관리자 조회수 2900

86회 맛의 자부심! 전주 밥상


멋과 맛의 고장 전주를 다시 한번 찾았습니다.

이성계가 연회를 열었다는 오목대에 올라서니

한옥 기와들이 내려다보이는 정취가 참 좋더군요.

털털함이 매력인 배우 이경진 씨와 함께 전주 밥상을 맛보았습니다.


전주는 이경진 씨 어머니의 고향이랍니다.

어머니는 홀로 딸 넷을 키우며 어묵 공장에 다녔던 탓에 어묵을 절대 드시지 않으셨다더군요.

하지만 추운 겨울 뜨끈하게 몸을 녹이는 덴 어묵 국물만 한 게 없죠.

시장에서 찹쌀 호떡과 함꼐 먹으면 요깃거리로는 아주 그만입니다.


전주하면 생각나는 대표 음식으로 콩나물국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콩나물국밥은 8년 전 이경진 씨가 유방암으로 긴 투병 생활을 할 때

힘이 되어준 음식이라더군요.

전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인 남부시장에서

무려 40년이 넘도록 사랑받은 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습니다.

단골들은 들어오자마자 제집인 양 김을 통째로 꺼내놓고 밥통에서 밥을 퍼먹는데

그 모습이 시장의 후한 인심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이 집은 우리네 전통 방식인 토렴으로 밥을 데우더군요.

손이 안 보일 정도로 빨랐던 주인장의 토렴 솜씨 덕분에 국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답게 먼저 내어준 수란은 두 알.

국물을 몇 수저 떠 넣고 김을 찢어 넣어 먹는 것이 이 집 방식입니다.

국물을 몇 수저 떠 넣고 김을 찢어 넣어 먹는 것이 이 집 방식입니다.

따뜻하게 먹기 좋은 온도로 나온 콩나물국밥은

아삭한 콩나물과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더군요.

막걸리에 여러 가지 약초를 넣어 끓인 모주까지 곁들이니 궁합이 참 좋습니다.



전주의 새롭게 떠오르는 신중앙시장. 이곳은 떡 골목이 유명하더군요.

좁은 시장길 양옆으로 늘어선 떡집 중에 이 골목 터줏대감 집을 찾았습니다.

이 집에선 독특하게 떡볶이, 김밥, 잡채를 함께 팔고 있더군요.

떡집에서 만드는 떡볶이라...

입구에서 맛본 따끈한 팥시루떡 덕분에 기대가 아주 컸습니다.

아침에 뽑은 떡으로 만들었다는 떡볶이.

고춧가루가 그대로 보이는 사나운 모양새에 비해 맛은 좋더군요.

만년 소녀 같은 이경진 씨와 함께

떡볶이 양념에 김밥까지 찍어서 모처럼 분식 한 상을 맛보았습니다.


전주의 유명한 사람들은 다 다녀갔다는 소문난 집이 있답니다.

내륙지방인 전주에서 병어 찌개를 잘하기로 소문이 났다더군요.

워낙에 병어를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기대가 컸습니다.

들어서자마자 쌓여있는 호박들이 눈을 사로잡았는데 이 집 병어 찌개 맛의 핵심이랍디다.

전주 밥상답게 함꼐 나오는 찬 모두 맛이 좋았습니다.

이경진 씨는 어머니가 생전 좋아하셨다던 노란 황포묵에 푹 빠졌지요.

주인장의 인심을 닮아 넘치도록 담아낸 병어 찌개.

호박을 아누 넉넉히 담아 끓여낸 탓에 국물의 단맛이 아주 좋더군요.

설탕을 넣어 인위적으로 낸 단맛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생물을 사용해 부드럽게 익는 병어야 말할 것도 없지요.



전주 고속버스터미널과 전북대학교 근처 뒷골목에 동네 사람들만 간다는 맛집이 있습니다.

그 지역에 가면 그 지역 순대를 먹어봐야죠.

전주하면 쫄깃한 돼지 막창 속에 구수한 선지를 채운 피순대가 유명합니다.

거기에 돼지 자궁인 암뽕, 돼지 위인 오로시감투, 돼지 심장이 ㄴ염통을

아낌없이 넣어준 순댓국을 맛보았는데요.

잡내 없이 잘 삶아낸 내장과 피순대에 구수한 국물이 어우러져

도무지 수저를 내려놓을 수가 없더군요.

주인장이 추천해준 대로 단골들만 내어준다는

단풍 깻잎장아찌에 순대를 싸 먹으니 이건 또 완전히 새로운 맛이더군요.

날이 추운 겨울에 속까지 뜨끈~해졌습니다.




댓글 0

(0/100)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