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밤 9시 1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78회 찬란한 역사의 맛! 경주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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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0관리자 조회수 2683

<찬란한 역사의 맛! 경주 밥상>


천년 고도, 신라인을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경북 경주로 떠났습니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수학여행의 메카! 경주의 랜드마크인 첨성대로 가봤는데요.
이곳에서 오늘의 식객, 47년 차 베테랑 배우 윤유선 씨를 만났습니다.
만 6세 아역배우로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한 연기 활동을 펼친 그녀는
수학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말에 제가 그녀만을 위한 수학여행을 준비했습니다.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첨성대 근처, 콩국으로 이름 날린다는 64년 전통의 노포.
시부모님이 두부 공장을 하셨는데, 콩물을 사러 오는 사람이 많았답니다.
1번부터 3번까지 토핑이 다른 3가지의 콩국 종류가 눈길을 끌었는데,
그중에서도 인기 메뉴라는 1번 콩국을 먹어봤습니다.
매일 주인장이 직접 반죽해 튀겨내는 쫄깃한 찹쌀 도넛과 검은깨, 검은콩, 꿀까지 들어가
구수하면서도 속을 든든하게 채워줘 영양식으로 딱이더군요.
유선 씨는 콩국을 맛보더니,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만들어먹던 콩국수가 생각난다며
어머니와의 추억을 얘기하며 먹다 보니 순식간에 한 그릇을 다 비워버렸지 뭡니까?^^
주인장이 옛날 초창기 콩국엔 달걀노른자와 참기름을 넣어 팔았다는 얘기에
궁금증이 생겨 한번 주문해봤는데요. 첫인상부터 강렬한 콩국!
콩국 위에 둥둥 떠 있는 참기름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답니다!
과연 어떤 맛일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맛을 봤는데... 완전 반전 매력이더라고요.
이 콩국처럼 유선 씨도 판사 남편에게 반전 매력을 뽐내며 살고 있어 한참을 웃었네요.
콩 가득~ 내공도 가득~ 64년의 노련한 내공 담긴 콩국! 쌀쌀한 요즘 날씨에 안성맞춤입니다!


다음은 제가 여행하면 꼭 빼놓지 않고 가는 곳! 바로 시장을 가봤는데요.
경주를 대표하는 50년 전통, 성동시장에서 경주 역사의 맛과 마주했습니다.
경주의 제사상이나 잔칫상 등 각종 행사에 빠지지 않고 꼭 등장하는 ‘문어’
경주는 문어를 초장에 찍어 먹기보단 삶은 문어를 살짝 얼려
각종 채소와 참기름을 넣고 무친 문어무침을 먹는다던데요.
바로 문어를 썰어 무쳐주는 문어무침 맛이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너무나 맛있어서 내일 만나기로 한 손주들을 주기 위해
문어까지 사서 왔을 정도였으니, 그 맛은 말 안 해도 상상이 가시죠?^^ 
그리고, 성동시장의 분식거리에서 만난 우엉김밥! 이게 참 별미더군요.
일본에서 태어난 주인장이 해방 후 경주로 돌아와
일본에서 어머니가 해주던 우엉김밥을 추억삼아 만들게 된 김밥이라는데요.
우엉을 김밥 속이 아니라 김밥 위에 푸짐하게 올려주는
주인장의 인심이 참 푸짐했던 곳입니다.


경주 시내에서 50분을 달리면, 조금 낯설긴 하지만 푸른 동해와 마주할 수 있는데요.
저희가 찾은 곳은 양남면의 조그마한 항구 앞. 45년 내공이 가득한
손맛을 보여주는 횟집을 찾아갔습니다.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는 다름 아닌 ‘소쿠리 회’!
낯선 이 메뉴는 옛날에 어부들이 고기를 잡아 오면, 항구에서 바로 회를 썰어
소쿠리에 담아 즉석에서 신선한 회를 맛보던 것에서 유래된 ‘소쿠리 회’랍니다. 
우럭, 광어, 가숭어부터 주인장이 직접 배를 타고 나가 잡아 오는 붕장어까지
싱싱하고 힘 넘치는 생선들을 그 자리에서 바로 썰어 소쿠리에 담아 주더군요.
물기가 쏙 빠져 포실포실하고 쫄깃 고소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져
마치, 경주 바다의 깊은 맛을 맛보는 듯 했는데요. 그리고 이 집의 비밀병기!
직접 잡은 붕장어를 아낌없이 듬뿍 넣고 끓이는 장어탕이 그 주인공입니다!
장어 향 가득~ 고소하고 담백한 국물 맛이 몸보신 제대로 하는 느낌이었어요.


경주의 아름다운 야경과 구경하며 유선 씨와 함께 찾아간 곳은
경주 번화가 거리에서 깜빡하면 지나치기 쉬운 평양냉면집을 찾아가 봤습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아치형으로 되어있어 우릴 반겨주는 듯했는데요.
큰 대문을 지나 만난 곳은 옛날 여인숙 건물을 개조한 식당이더라고요.
냉면 면 반죽은 물론 평양냉면 육수까지 직접 손수 만들며
68년째 대를 이어 평양냉면을 팔고 있는 집입니다.
6.25 때 피난 온 1대 사장인 할머니가 해오던 평양냉면 레시피를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뚝심 강한 3대 주인장이 만든 평양냉면을 맛봤는데요.
음...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평양냉면 맛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동치미와 특제 고깃국물을 섞은 물냉면 육수와
식감이 살아있는 면발이 저에게는 조금 낯설었는데요.
이 집에서 가장 신경 쓴다는 면발의 탄력성이
지금껏 제가 생각하던 평양냉면 맛의 기준을 흔들었습니다.
제3의 냉면 같았던 경주식 평양냉면! 그 맛의 신세계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경주는 한옥 보존지구라 그런지 한옥이 참 많은데요.
멋들어진 한옥은 기본! 제 후각을 자극하는 맛있는 고기 냄새가 나는
맛집 노포 포스 가득한 한우 소고깃집을 찾았습니다.
이 집에서는 소 갈빗살 말고 다른 부위는 찾아볼 수 없는데,
주인장이 오로지 경주에서 자란 ‘천년한우 갈빗살’만 고집한답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부엌에서 바로 먹기 좋게 손질해서 내어 주는 소갈비!
주인장의 세월이 깃든 칼질에서 나온 갈비는 묘한 중독성의 맛이더군요.
갈비가 너무 맛있어서 다른 고기가 궁금해졌습니다.
취재도 할 겸 메뉴판 제일 위에 있는 불고기를 시켜봤는데요.
아~ 경주는 불고기도 참 남다르더군요.
소 갈빗살 위에 간장 양념을 살짝 곁들여 내어주는 ‘경주식 불고기’더라고요.
그 불고기 맛은 뭐랄까.... 첫 맛은 양념 맛이 입에 겉돌았는데
고기를 씹는 순간 부드러운 식감은 물론 진한 육향까지 즐길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한우 고기 가격이 너무나도 착한 것을 보니
그동안 주인장이 견뎌온 세월과 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한몫하지 않았나 싶더군요.
주인장에게 견뎌줘서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찬란한 역사의 맛! 경주로 미식 로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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