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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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회 이제야 알았네~ 가평 풍미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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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8관리자 조회수 3254

<이제야 알았네~ 가평 풍미 밥상>





지금도 좋아하지만 한때 산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즐겨 찾던 지역이 바로 경기도 가평-


북한강도 절경이지만 유명산을 비롯해 명지산 등 우뚝 솟은 산들이 아름다운 곳이죠.


서울에서 가까워 부담 없이 갈 수 있다는 점도 가평의 좋은 점 중 하나겠군요.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맛 좋은 거야 만고불변의 진리 아닙니까.


더구나 가까이에서 그 맛을 볼 수 있다니-


그렇습니다. 가수 김종민 씨와 떠날 오늘의 여행지는 가평입니다.





가평하면 다들 레저나 닭갈비 등을 생각하겠지만 저는 바로 막국수가 생각나더군요.


만화 식객에도 이름을 올렸을 만큼 정말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는 노포의 막국수.


첫 방문 당시 이 맛에 감탄해 아내와도 몇 번 찾아온 집이었죠.


동치미와 양념장 없이 간장 양념만을 부어 간장 막국수라고도 불린다는데,


처음 맛본 사람은 당황스럽지만 먹다 보면 코에 맴도는 참기름과 간장 냄새에 빠져들게 되죠.


그래서 이 집을 찾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점심시간에 조금만 늦어도 빈자리를 찾을 수가 없으니까요.


이 맛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시간 잘 맞춰 가야겠죠?






이번엔 콩 요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집을 찾았습니다.


가평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한 집이라더군요.


이 집은 반찬부터 메인 요리까지 콩으로 시작해 콩으로 끝납니다.


그것도 모두 직접 농사지은 콩과 채소들로요.


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바깥양반은 농사를, 안사람이 음식을 해서 가게를 꾸리기 때문.


그러다 보니 바쁜 시간대엔 좀 늦어질 수도 있답니다.


물론 동네 사람들이 와서 도와주기는 하지만 매일 그러기는 힘들죠.


그래서 이 집을 가시려거들랑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가시길 바랍니다.


원래 콩 요리가 느림의 미학 아닙니까~





다음은 특별한 순댓국- 막장 순댓국을 맛볼 수 있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막장과 시래기를 넣어 얼핏 보기에는 된장국 같기도 하지만


순대의 고소함이 더해져 이 맛은 정말 독보적이더군요.


게다가 순대에도 시래기를 넣었다니,


이 집이 21년 동안 사랑받은 이유가 충분히 이해 갑니다.


그런데 이 집 주인장, 음식만큼이나 독보적인 캐릭터의 주인공이라죠.


어슬렁어슬렁 다니며 손님들 먹는 거에 다 참견하질 않나,


맛없다는 사람에게는 쓴 소리도 하던 걸요.


그래도 끝에는 꼭 식혜든 누룽지든 하나씩 챙겨주는 시골 할머니의 인심.


요샛말로 ‘츤데레’라던가 뭐라던가.


각설하고 이 주인장의 이런 모습에 처음은 당황할 수 있어도


속내만큼은 굉장히 따뜻하고, 음식에 대해서도 철두철미한 분이니


조금은 너그러이 받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실제로 보면 굉장히 좋은 누님이시거든요.





이번엔 맛이 없을 수 없는 분위기의 집입니다.


닭볶음탕이 아닌 닭 매운탕을 내는 집인데 잣나무 장작을 태워 솥뚜껑에 끓여 먹죠.


장작이 타는 소리와 냄새도 정말 매력적이고,


그 안에서 코스처럼 닭 매운탕을 순서대로 맛보는 재미도 좋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엔 조금 힘들더군요.


아무래도 장작이 타는 데다 야외다 보니 무지막지하게 덥습니다.


종민 씨는 되려 이런 점이 좋았다죠?


찜질방을 갈 필요도 없고 백숙처럼 원기회복도 할 수 있어서라는데 그 말도 일리가 있네요.


복 치레하기에 이만한 집도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더위를 너무 타시는 분이면 더위가 가고 시원할 때 찾으시길.


분위기와 맛 하나는 정말 보장하거든요.





마지막은 가평에 대한 사랑 하나로 잣을 이용해 잣국수와 잣곰탕을 만들었다는 집.


여름철에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는데 마침 운이 좋아


손님이 드문 시간에 맛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유~ 저는 이 집에서 잣이 그렇게 고소한지 처음 알았네요.


고소하다는 말로는 모자라 구수하기까지 하더군요.


말을 하고 있는데도 아까 먹은 잣 향이 단전에서 올라오는 기분이랄까요.


이건 정말 신세계를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그 전에 잣 하면 볶아서 몇 점 맛보는 수준이었는데


앞으로는 잣 하면 이 향과 맛이 생각날 것 같네요.





이전에는 가평에 산 타러 왔었는데


이번 여행 이후로는 가평은 제게 먹으러 오는 동네가 될 것 같습니다.


먹을 것 없다 생각했던 가평의 신선한 반전이었네요.


이제야 알았네~ 가평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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