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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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회 이름값 한다! 광양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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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3관리자 조회수 2879

<이름값 한다! 광양 밥상>


여수에서 나고 자란 제게 광양은 아주 친숙한 도시입니다.

바로 인접해 있기도 하고 어머니의 고향이 광양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광양 음식은 어쩐지 가까운 느낌은 아니더군요.

확실하게 전라도 바닷가 음식인 여수와 달리

인접한 경상도의 영향을 받아 또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는 광양 밥상-
이번엔 외가의 음식과 친해지기 위해 전남 광양으로 향했습니다.

 

광양 여정의 출발지는 광양 하면 떠오르는 사람-

대한민국에 매실 열풍을 일으켰던 홍쌍리 명인의 농원입니다.

식객 취재차 10년 전에 가보고 오랜만에 그 농원을 다시 찾았는데

어우규모가 상당히 커졌더군요.

매실 수도 더 많아지고 장독의 수도 상당히 늘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기념으로 홍쌍리 여사도 만났겠다한 끼 얻어먹기로 했습니다.

역시 매실 명인의 밥상답게 상 위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음식에 매실이 들어갔더군요.

그중에서도 압권은 비빔밥.

14가지 재료를 넣고 고추장을 볶았다는데 양이 상당히 들어갔음에도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일품입니다.

이 밥을 먹기 위해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말이죠.

그런데 이 비빔밥아쉽게도 1년 내내 맛볼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

매년 2~3월 매화 축제 기간에 판매한다고 하니

방송 보고 무턱대고 찾아가지 마시고 내년을 기약하는 게 좋을 성싶네요.

혹은 홍쌍리 여사의 고추장을 이용해서 만들어보심도 감히 추천해드립니다.







이번엔 재첩집을 찾았습니다.

재첩하면 하동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실은 섬진강을 두고 경남 하동과 전남 광양이 같이 재첩을 잡았다더군요.

다만 광양 전체에서 재첩국을 먹은 게 아니라 다압면이나 진월면 이 근방에서만 재첩을 잡고 먹다 보니 하동의 재첩이 더 유명세를 탔다고 합니다.

한 달에 보름 남짓 이른 새벽부터 재첩을 잡는다는 주인장.

그 힘들다는 거랭이질도 좋은 재첩만 생각하면 거뜬하다는데요.
회무침을 만들 때 쓰는 초장도 매실청을 넣어 직접 만든다고 하니

여간 정성 들여 만드는 게 아닙니다.

방송을 보고 이 집을 찾을 때는 영업 여부를 정확하게 체크하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혹여 물때나 시간이 낮 시간으로 잡히면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다음은 점심시간이면 현지인들로 빈자리가 없다는 식당입니다.

주택가 안에 숨어 있는 이 식당은 1인분에 15,000원 가격에

서울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괜찮은 반찬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매일매일 메뉴는 바뀌지만 공통점은 하나.

김치 몇 종이나 한두 가지의 나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해산물로 이뤄진다는 겁니다.

이 집에선 젓갈도 직접 무치는데 쿰쿰한 맛을 좋아하는 분들은 멸치젓 종류를가벼운 맛을 좋아하는 분들은 꼴뚜기젓이나 멍게젓갈을 추천하고 싶군요.

제가 특히 감동을 받았던 음식은 양태미역국입니다.

해안가 사람들은 미역국에 고기 대신 생선이나 조개를 넣어 먹는데그 특유의 시원함은 어떤 국을 갖다놔도 비할 바가 못 되죠.

그런데 그중에서도 맛으로는 미식가들 사이에서 최고로 치는 양태가 들어갔다뇨.

보자마자 눈물이 날 것 같더군요
그런데 우려가 되는 점은 반찬이나 국생선이 매일매일 바뀌기 때문에 혹시 방송에 나온 반찬이 안 나왔다고 주인장에게 타박하시는 분이 계실까 하는 겁니다.

주인장 내외 둘이 하는 집이니 이해심을 가지고 가시길 부탁드립니다.

 

광양에 왔으니까 이름값 하는 음식도 맛봐야죠.

대한민국 3대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광양불고기입니다.

광양에는 불고기 거리가 조성돼 있을 만큼 불고기로 이름을 날리는 집들이 꽤 많이 있는데요.

이번에 갈 집은 진짜 숨어있는 45년 전통의 불고깃집입니다.

주문 즉시 과일 양념과 간장고기를 무쳐 내는데 광양불고기치고 달지 않아 좋더군요.

특히 푹 익힌 파김치가 엄지를 들게 했습니다.

다만 살짝 아쉬운 점은 3인분 이상부터 주문이 가능하더군요.

그 점 유의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광양의 가장 잘 드러내는 음식은 아마 장어탕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사리토란대숙주나물과 장어를 통으로 잘라서 넣은 게 꼭 여수 장어탕 같지만

은근하게 올라오는 향이 경상도스럽달까요.

알고 보니 장어탕을 끓일 때 방아나 제피를 넣어서 맛을 더했다고 합니다.

그래야만 장어의 비린내가 없어진다네요.

생선국에 방아가 들어가는 게 경상도의 영향을 제대로 받은 듯하더군요.

국밥집에서 저렴하게 보양식으로 먹기에 딱 좋은 음식이었습니다.

이 집을 찾을 땐 끝자리가 1일이나 6일에 가는 걸 추천해드립니다.

그날이 광양 5일장이다 보니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광양!

볕이 잘 드는 동네답게 음식도 하나하나 빛을 발하더군요.

이름값 제대로 하는 밥상자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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