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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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회 그래도 전주는 전주다 - 전주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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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7관리자 조회수 4363

<그래도 전주는 전주다 - 전주밥상>


예로부터 전주 여행은 허리띠를 풀며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관광지로 몸살을 앓으며 음식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전주는 전주미식의 고향으로 이름을 알린 전주인 만큼

지역민들의 까다로운 입맛 때문에못해도 기본은 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 함께할 식객은 특별히 내가 요청했다.

바로 요리연구가이자나의 미식 친구인 홍신애다.

맛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도시 전주,

그곳에서 어떤 맛을 만나게 될지벌써 기대가 된다.


처음 찾은 곳은 전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식비빔밥이다.

사실 전주 사람들은 비빔밥을 잘 찾지 않는다고 한다.

가격이 비싸기도 하거니와집에서 먹는 한 상만 못하다는 것이 그 이유.

과연 이 집은 어떨까... 처음부터 깔리는 반찬들이 심상치 않다.

처음엔 백반집을 잘못 찾아왔나 했다반찬만 10찬이 넘게 깔리고 나서야

비빔밥이 등장했다찬을 보니 사장님이 욕심이 많다 싶었는데-

비빔밥을 보니 역시나 싶다갓 지은 솥 밥에 올라가는 고명만 열 네 가지.

심지어 비빔밥의 기본 장은 보리고추장밀고추장찹쌀고추장을 섞어 만든단다.

맛도 찬도 무엇 하나 모자라지 않았다다만 모자라지 않아 아쉬웠다.




전주의 야식하면 전주 사람들이 두 손 들어 꼽는 집이 있다고 한다.

포장마차에서 태어난 메뉴인데상추쌈에 김밥과 연탄불고기를 싸 먹는단다.

그게 무슨 맛일까했는데 맛을 보니 조화가 심상치 않다.

김밥과 고기의 고소한 맛을상추가 잘 포장해주었다.

오래도록 전주의 밤을 밝혀온 이유가 있었다.

전주하면 생각나는 안주가 될 것 같다.




술 한잔하고 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해장국.

전주하면 사실 콩나물 해장국이 으뜸이라나 역시 식객에서 다룬 바 있다.

그러나 오늘은 시래기 해장국 집을 찾았다.

30년이 넘게 전주 사람들의 아침 해장을 책임진 집이라는데 그 맛이 궁금하다.

한 상은 단출했다마치 어머니가 해주시던 메뉴와 비슷하다.

심지어 멸치볶음의 맛은 어머니가 다시 환생하신 듯 비슷했다.

시래기 해장국 역시 진한 멸칫국물에 집 된장을 섞어 만든 것이-

옛 시골에서 자주 먹던 맛이다.

한 손님은 기어코 먹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눈물을 흘리더라.

정말 어머니가 생각나는 맛이다.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비도 피할 겸전주천 옆의 평상에 앉았다.

잠시 쉬어갈까 했는데 알고 보니 바로 앞 식당에서 운영하는 자리였다.

가게 역사만 73이쯤 되면 맛을 보지 않을 수 없다.

민물 오모가리탕을 시키고 기다리는데 옆자리 손님이

주섬주섬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전주 토박이들에겐 추억이 쌓여있는 곳이란다.

전주천에서 멱을 감고물고기를 잡았다는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70년의 세월이 쌓인 만큼 끝도 없이 나오는 이야깃거리...

과연 맛도 긴 세월만큼 진할까드디어 등장한 오모가리탕-

홍신애가 먹자마자 연신 감탄한다민물고기 매운탕은 비려서 좋아하지 않는데-

비린 맛 하나 없이 깊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맛의 비밀은 1년 동안 천일염에

숙성해놓은 시래기민물고기의 깊은 맛과 된장의 구수한 맛이 시래기에 스며들어

마치 보약을 먹는 듯하다역시 70년을 이어온 이유가 있다.



전주의 술 문화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막걸리 한상.

막걸리를 먹으면 안주 한 상을 내어주는 식인데전주의 어느 동네에는

막걸리 골목까지 형성되어 있다.

이번에 내가 찾은 곳은 시장 어귀에 있는 막걸릿집이다.

전주에서도 현지인만 아는 숨은 맛집이라고 하는데 과연 어떨지...

홍신애와 함께 찾아 들어갔는데들어가자마자 감탄 연발.

찬이 2겹으로 쌓여있는데 그 메뉴들도 대단하다.

육회에 꽃게전어구이홍어탕소라병어회...

이 모든 것들이 막걸리 한 주전자에 포함된 안주라니!

게다가 사장님 손이 얼마나 큰지 찬이 끝도 없이 나온다.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면 오늘 여기서 밤을 새워야 할 판!


역시... 전주는 전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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