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회 맛있는 골목, 망원 밥상 |
---|
2019.09.07관리자 조회수 4815 |
<맛있는 골목, 망원 밥상> 한강따라 북쪽으로 향한다. 젊음의 기운이 가득한 동네, 망원동과 합정동. 그 중에서 요즘 '망리단길'이라 불리는 길목이 시쳇말로 '핫~'하다고 한다. 합정역 8번 축두 뒤쪽- 먹자골목부터 시작해 망원 1동과 2동을 관통하는 길 따라 맛있는 골목이 사방팔방, 실핏줄처럼 뻗어있는 동네. 일찍이 터를 내린 주택가에 홍대에서 이동해온 젊고 빈티지한 식당과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주말마다 이 동네로 산책 삼아, 나들이 삼아 찾아오는 발길도 늘었다는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뒤섞여 있는게 그게 또 묘하게 어우러져 그 자체로 멋스럽다. 웃음 많고 정 많고 수다도 많은~ 소탈한 배우 신현준 씨가 식객으로 동행했다. 아... 이 친구, 참 괜찮다. 하긴- 임권택 감독의 영화 <장군의 아들> 오디션 때 너도나도 김두한 역을 맡겠다고 출사표를 던져올 때 홀로 악역을 자처해 단박에 합격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걸작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의 얼굴이 김두한과는 어울리지 않아서였다나? 자신의 꼴을 잘 안다는 것만 봐도 '큰 사람'이다. 실제로 키도 크고 훤칠하다. 그런데 팔불출이다. 입만 열면 아내 자랑에 늦게 얻은 아들 자랑이다. 온 몸에 가족사랑을 풍기는데 그 모습이 오히려 흐뭇하다. 사윗감으로는 최고가 아닐까 싶다. 신현준 씨와 처음 찾은 곳은 우거지 뼈 해장국집. 마치 고봉밥처럼- 돼지등뼈와 우거지가 뚝배기 위로 솟아올랐다. 국물부터 먹는 게 습관인데, 이건 숫제 숟가락이 들어가지도 않을 정도. 어쩔 수 없이 살점부터 젓가락을 댔는데- 두둑~ 부드럽게 떨어진다. 푹 삶았나보다. 우거지도 적당하고 국물 맛도 개운하다. 사실 맛을 보기도 전부터 감동이었다. 식당에 앉아서 뼈 해장국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글쎄, 양재기부터 함지박, 김치통에 냄비, 심지어 들통까지~~ 동네 사람들이 줄줄이 들고 등장해 뼈 해장국을 포장해 가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이 정겨워 한 젊은이에게 물었더니 자신의 몸에 흐르는 건 모유가 아니라 이 집 해장국 국물이라나... 이 동네의 랜드 마크는 단언컨대 망원시장. 고향 여수 출신의 두부가게 사장님에 오징어를 좋아하는 네 살배기 아들에게 영상편지를 띄우는 신현준 씨를 장사도 접고 거들고 나선 어물전 사장님도 곰살맞은 오지랖이 넘치고, 1인 방송을 하는 ‘유튜버’라는 젊은 처자도 만나고, 심지어 맨발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러시아에서 온 예술가 부부도 만났다. 글로벌하다. 망원시장에는 맛집도 많은데, 믿겨지지 않는 가격과 맛을 자랑하는 칼국수 집에 들렀다. 식당 안에 들어서려는데- 일하는 아주머니가 극구 말린다. 어차피 방송은 조용해야 하니... 손님 좀 빠지고 난 뒤에 들어오라는 것. 한참을 기다려서야 입장 가능. 그런데 메뉴판이 더 대박이다. 칼국수와 콩나물비밤밥이 2,500원. 들깨수제비는 3,500원이다. 커피 한 잔 값도 안 된다는 신현준 씨 말이 와 닿는다. ‘놀랄 노’자다. 만 원 한 장을 내고 세 그릇을 시켰는데도 잔돈 500원을 거슬러준다. 본전을 뽑고도 남는 맛이다. 시장 맛집은 어딜 가나 최소 기본은 한다. 장사를 하려면 든든하고 맛도 있어야 하는 법. 이 맛에 시장에 다니는 게 아니겠는가. 이 동네 주당들에게 ‘성지’로 통하고 “남도식 호프”라는 별칭까지 붙었다는 호프집. 외관은 그냥 평범하고 작은 동네 호프집인데-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푹 익은 갓김치와 파김치를 내준다. 이 호프집의 대표 메뉴인 육전을 시키면 같이 딸려 나오는데 주인장은 꼭 첫 점을 썰어서 갓김치, 파김치와 싸준다. 내 입에는 따로 먹는 게 더 나았다. 육전의 고소한 맛을 느끼고 기름진 맛만 입안에 남을 무렵, 갓김치와 파김치 한 점으로 개운하게 입 안을 씻어내면 안성맞춤. 팔뚝만한 가자미튀김이며 이 집 안주들이 웬만한 남도음식점에서나 나옴직한 것들인데... 정작 주인장의 고향은 천안! 지켜보니 이 양반이 또 걸작이다. “하하하하하하” 웃음소리가 화통하다. 신현준 씨와 듀엣으로 웃으니 더욱 장관이다. 모처럼 이웃한 테이블의 젊은 손님들과 푸짐한 안주도 노나먹고 이야기도 나눈다. 젊은 기운을 받아간다. 워낙 많은 손님들이 밀려들어 줄을 서고 기다리는 게 미안해서 미처 자리 차지하고 앉아 그림으로 남기지는 못하겠더라마는... 그 맛과 사장님의 웃음소리는 귓가에 또렷하게 남았다. 이국적인 요리, 퓨전요리를 선보이는 젊은 사장들의 아담하고 세련된 식당이 많은 망원동 골목에서 젊은 처자가 운영하는 점심에만 딱 30인분을 판다는 오늘의 정식으로 나오는 “젊은 백반”도 맛 봤고- 일대 직장인들을 전라도 피순대 맛에 빠져들게 만들었다는 합정역 먹자골목의 순대국도 맛봤다. 이 길 따라 걸어온 숨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호텔 출신의 셰프가 기가 막히게 숙성 회를 내주는 집이 있기 때문. 가게 외관은 오래된 선술집 같은데, 퀄리티 있는 맛은 고급 일식집을 뺨치고도 남는다. 숙성회의 다양한 맛은 물론- 물 좋은 덕자가 있다는 말에 주인장의 추천에 따라 ‘병어 된장 양념구이’를 덥썩 시켰는데~ 하루 전날부터 된장 양념에 숙성시켰다는 덕자를 굽는데만 1시간이 걸린다나? 다행히 신현준 씨의 수다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아!!! 기다린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 그랬다. 이 집은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상을 주기 위해 찾는 집이라고 말이다. 큰 맘 먹고 찾아오는 집이라는 말처럼, 가격이 제법 나가는 편이라 차마 그림으로 남기지는 못하겠지만- 아주 가끔... 여유나 계기가 된다면 큰 맘 먹고 한 번쯤은 찾아와도 좋겠다 싶다. 맛있는 덕자 된장 양념구이를 남기고 가는 게 아쉬워 나나 신현준 씨나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2시간 남짓 더 남아 신현준 씨와 스태프와 함께 ‘노나 먹었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기쁨이 더 크다. 이 맛을 나만 알기에는 너무 아까운 까닭이다. |
댓글 0
댓글등록 안내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