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13회 노포의 힘! 이 맛이 제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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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6관리자 조회수 5874


<노포의 힘! 이 맛이 제물포~>


제물포는 현재 인천의 뿌리가 된 지역의 별칭이다.

우리나라의 첫 개항지였던 곳-

그 옛날 제물포는 낯설고 신기한 것들이 들어왔던 관문이었다.

항구가 있어 늘 사람들이 북적였던 제물포에는 식당들이 많았고,

삼사 십년이 넘는 노포들도 참 많았다.

오래된 식당에는 오랜 시간을 버텨온 힘이 있다.

그 힘을 찾는 여정, 참 즐거웠다.

 

인천항이 있는 중구는 오래 전에는 그야말로 핫플레이스였다.

좋은 직장들로 분류됐던 은행, 병원, 관공서가 모여 있어서

양복집과 잡화점, 식당들이 많았다.

또한 인천항을 드나들었던 사람들과 부두근로자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었던

식당들이 모여 있어서 한때는 밥집 거리가 형성될 정도였더랬다.

그중에서도 김치찌개 백반집은 50년이 넘은 곳-

9~10가지의 밑반찬도 푸짐하고, 그 맛이 참으로 훌륭했다.

이 집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김치찌개!

서너 개의 석유곤로 위 큰 양푼에 김치와 돼지 앞다리 살을 듬뿍 넣고 끓였는데,

손님들이 마음껏 떠먹을 수 있도록 무한리필로 운영되고 있었다.

7천 원에 푸짐한 밑반찬, 그리고 무한리필 김치찌개.

집 앞에 이런 곳이 있으면 참 좋으련만... 인천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닭강정으로 유명한 신포국제시장은 인천에서 제일 오래된 상설시장이다.

닭강정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뒷골목으로 가면

인천 사람들이 하루의 끝을 보내던 오랜 선술집들이 몇몇 남아 있다.

이들 선술집에는 시그니처 같은 메뉴들이 꼭 한 가지씩은 있었는데,

스지탕으로 유명한 집을 찾아갔다.

부산에서 스지 오뎅탕을 먹어봤는데, 이 집 스지탕은 또 달랐다.

스지가 듬뿍 들어간, 오직 스지로만 맛을 낸 스지탕이었다.

스지는 워낙에 질기고 기름기가 많아서 웬만한 노하우가 아니면

다루기 힘든 식재료다.

그런데 이 집의 스지는 부드럽게 잘 삶아졌고, 국물은 기름기 하나 없이 담백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 들러서

이 집 스지탕에 소주 한두 잔 먹으면 참 좋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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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시장 인근에는 또 다른 명물이 있다.

번화가를 벗어나 좁은 골목길을 돌아 돌아가면 툭 하고 튀어나오는 분식집.

이 집도 삼십 년은 족히 됐다고 한다.

동네 인근에 초중고등학교가 모여 있어서

그 옛날 이 골목에는 여러 개의 분식집들이 모여 있었다는데,

지금은 두어 집만 남아 골목을 지키고 있었다.

대표 메뉴는 쫄면과 튀김칼국수!

쫄면도, 튀김칼국수도 난생 처음이었다.

쫄면은 과연 어떤 맛일까, 궁금했는데... 이런 달아도 너무 달다.

쫄면 면의 식감을 느끼기도 전에 양념의 단 맛이 먼저 느껴져서 환장할 지경이었다.

튀김칼국수 위에는 튀김 부스러기가 듬뿍 올라갔는데, 느끼하더라.

함께 갔던 이수경 씨는 물론 젊은 손님들은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내 입맛은 아니구나 했다.

이수경 씨 표현대로, 학창시절의 추억과 함께 먹는 맛!

내 입맛에 맞진 않았지만

청춘들의 학창시절을 대신 느낄 수 있어서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인천하면 차이나타운을 떠올리게 될 정도로, 인천은 중식의 메카다.

차이나타운의 대형화 된 중국집도 훌륭한 곳이 많지만

인천에는 동네의 작은 중국집도 고수들이 숨어 있다.

배다리 인근 화상이 직접 요리하는 70년 된 작은 중국집을 찾았다.

이 집 메뉴에 백짬뽕이 있기에 반가워서 시켜봤다.

빨간 짬뽕이 유행하기 전, 100년 가까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백짬뽕!

이 집 백짬뽕은 면발이 가늘었는데, 어찌나 쫄깃한지 쫄면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

한 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도 쫄깃함이 그대로였다.

신선한 각종 해산물과 함께 홍합으로만 낸 육수가 시원하고 담백했다.


 


배다리에서 이어지는 참외전로는

여름이 되면 참외를 팔러 나온 상인들로

노란 참외길이 될 정도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과일과 채소를 파는 큰 청과시장이 들어섰던 곳이라는데

지금도 몇몇 과일 가게들이 남아 있다.

이곳엔 그 옛날 청과 시장 상인들의 배를 채워주었던

70년 넘은 설렁탕 집이 있는데,

한 자리에서 70년이라니 그야말로 이 동네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게다.

맑은 곰탕 같은 국물의 설렁탕에 머리고기와 대파가 듬뿍 들어간 설렁탕.

뭐 하나 걸리는 게 없는 꽤나 괜찮았던 설렁탕이었다.

해장국은 살점이 두둑하게 붙은 소뼈와 우거지가 듬뿍 들어갔고,

된장을 넣어 구수한 국물 맛이 참 좋았다.

직계로 3대째 명맥을 잇고 있다고 하니 100년 맛집을 기대하고 싶다.


 




배다리마을은 옛날 밀물 때가 되면 배가 드나들던 다리가 있어서 배다리라고 한다.

전쟁통에 먹고 살 게 없어 힘겨웠던 시절,

돈이 될 만한 것들은 죄다 가지고 나왔던 게 지금의 헌책방 골목을 만들었다.

헌책방 골목을 걷다가 들어간 좁은 골목이 마치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곳-

그 골목의 끝에서 만난 50년 넘은 소고기 특수부위 식당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안은 마치 영화 속 세트장처럼 세월이 묻어났고,

1.4후퇴 때 황해도에서 피란을 왔다는 여든 넘은 할머니가

마치 그림처럼 버티고 있는 곳-

토시살, 제비추리, 치맛살, 차돌박이의 소고기 특수부위를 팔고 있었는데

예전에는 이런 특수부위가 무척 저렴했다고 한다.

모든 고기는 손으로 직접 썰어서 두툼했고, 부위별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내장과 가까이 붙어 있는 토시살은 진한 육향을 느낄 수 있었고,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이 집에서 치마살을 먹어보고 치마살의 팬이 됐는데, 육즙이 달다고 느껴질 정도!

제비추리 역시 부드러웠는데, 결결이 찢어지는 식감을 느낄 수 있어서 새로웠다.

이 집 차돌박이는 다른 곳에서 먹는 것과 달리 무척 두꺼웠는데

두꺼워서 더욱 고소했다.

이 집의 별미 두 가지가 더 있었는데, 바로 더덕무침과 동치미 국수.

오래된 무쇠판 가장자리에 더덕무침을 빙 둘러서 굽는데,

직접 손으로 두드려서 연한 더덕에

달지 않고 매콤한 양념장으로 무친 더덕무침을 구워서 고기랑 먹으니

소고기가 끝도 없이 들어갔다.

거기에다 시원하게 얼린 동미치국물에 국수를 말아낸 동치미 국수까지,

최고의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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