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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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모 아니면 도! - 고집 센 대구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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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5관리자 조회수 1433

오늘은 여섯 번째 백반기행 이다.  

옛날에는 경상도 음식이 맛없다고 했다.

심지어 저승사자도 먹을 게 없어서 대구는 피해갔다

얘기도 들어본 적 있다.

이번에 대구 음식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을 깰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지난 부산엔 키 큰 오지호 씨를 데리고 오더니 이번엔 더 큰 양준혁 씨를 데리고 왔다.

양준혁 옆에 서니 까까 사 먹는 유치원생이나 다름이 없다



서문시장을 오랜 시간 지켜온 식당 하나를 찾아갔다.

대구를 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음식 중 하나인 매운 돼지갈비 양푼찜

성격 급한 대구 아니랄까봐 청국장부터 갈비찜까지 한 상이 금세 뚝딱 차려졌다.


눈으로만 봐도 속이 절로 뜨거워지는 비주얼

나이를 먹으니 이상하게 매운맛 앞에선 긴장부터 하게 된다.



맛있게 매운 중독성 강한 맛, 사람들을 끌어드리는 비법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주인장에게 그 비결을 물었더니 직접 달인 비법 간장이란다.

향이 좋은 9가지 한약재, 흑미, 잡내를 잡아주는 마늘까지 넣었다는데

주인장의 정성이 참 대단하다




돼지고기를 반나절 넘게 달인 간장에 재워 압력솥에 넣고 푹푹 쪄내면

살점이 야들야들해진다고 한다.

여기에 굵게 다진 마늘을 마지막에 한 번 더 넣으면

한 번 오고는 못 배기는 중독성 강한 매운맛이 탄생한다



“3단계의 매운맛이 있다. 3단은 위험해서 중간 매운맛을 주문했다.

맵다. 뜨거운 청국장을 떠 넣으니 입에서 불이 난다

그런데 자꾸 고기를 입에 넣고 있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기 마련,

남은 갈비 양념에 청국장까지 싹싹 비벼 먹으니 첫 끼부터 아주 제대로 잘 먹었다.



아무리 맛있는 반찬이 있을지라도 밥상의 주연은 단연 밥이다

냄비 밥을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해서 점심시간보다 이른 오전 10시에 찾아갔다.

이 집은 오전 11시 이후에 오면 밥을 맛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이미 소문이 자자한 집인가 보다

반찬은 매운 돼지볶음에 된장찌개를 시켰다.


드디어 냄비 밥이 나왔다.

뚜껑을 여는 순간 구수한 밥 냄새가 진동을 했다.

차지고 탱글한 쌀밥이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을 낸다.

맛있는 밥맛의 비결은 갓 도정한 쌀이란다.




밥을 다 먹을 때쯤 누룽지가 나왔다. 배불러도 누룽지가 술술 들어간다.

함께 한 식객 양준혁 씨에게 누룽지 구수하게 먹는 법을 알려줬다




따끈한 누룽지 한 입 먼저 먹은 뒤 미지근하게 식은 된장찌개 한술.

아직까진 이 조합 싫어하는 사람 못 봤다. 역시나 양준혁 씨도 좋아했다.

옛날 석유 곤로에 해 먹던 냄비 밥이 생각난다


서문시장을 천천히 걷다 보니 한 켠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칼국수 골목이 보였다.

대구는 유달리 면을 사랑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가 국수 좌판엔

아침부터 사람들로 가득하다




더운 여름엔 밥보다 국수 한 그릇이 생각날 때가 있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르란 말이 있듯이

대구에 왔으면 대구법을 따라야 한다.

대구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소면을 찬물에 휙 헹궈 차갑게 말아먹는 건진 국수 



차가운 국수의 맛은 기대보다 괜찮았다. 아니, 고개 한 번 들지 않고 후루룩- 아주 좋았다


 

또 다른 매운맛, 뜨거운 불맛을 맛보기 위해 온 중화요리 전문점.

대구 사람들이라면 환장할 매운맛과 면이 함께인 이곳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 안은 물론 밖까지 사람들이 득실득실하다.


대구에서 탄생한 별난 중화요리, 중화비빔 요리다.

바쁜 식당 운영 틈틈이 직원들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갖가지 채소를 볶아 만들어졌다는 중화비빔밥.

같은 소스지만 묘하게 다른 맛을 내는 두 중화비빔요리

취향에 따라 밥, 면 골라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꼬




일찍부터 겁먹은 나와는 다르게 거침없이 먹는 양준혁 씨

과연 내 입에도 잘 맞을지 걱정 가득 안은 채 한입 맛봤다.

어후, 역시나 나에겐 버거웠다


청양고추로 매운맛 단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고 하는데

생으로 곱게 가는 것이 1단계, 더 화끈하게 즐기고 싶다면 다진 청양고추를 추가한다.

이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맵고 짜고 달고- 대구 사람들 화끈한 건 진짜 알아줘야 한다.

누가 대구 사람 아니랄까봐 양준혁 씨는 제대로 즐기는 중

이렇게나 복스럽게 잘 먹는데 양준혁 씨 데려갈 사람 누구 없나~?




대구 도심에서 살짝 벗어나

한적한 주택가에 오래된 기와집으로 갔다.

초록색 양철 대문, 마당의 자갈, 툇마루 등 참 정겹다


무더운 여름에도 가마솥에 국이 펄펄 끓는다. 대구식 소고기국밥이다.

툇마루에 앉아 국밥을 먹기로 했다.

식객 양준혁 씨에는 소고기국밥하면 어릴 적 야구선수 시절,

어머니가 끓여주신 소고깃국이 떠오른다고 한다.

뭉클한 추억 이야기도 잠시, 단출한 밑반찬이 나왔다.

풋고추, 깍두기, 김치, 된장이 전부. 국밥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국밥이 나왔는데 건더기가 푸짐했다.

한우 사골과 잡뼈로 우려낸 육수에

, 대파, 고사리로만 맛을 냈다고 하는데

걸쭉한 듯 걸쭉하지 않은 국물 맛, 묵직하다



이 맛에는 노부부의 수고가 담겨있다.

국밥 맛의 핵심은 파! 파의 푸른 잎 부분은

뜨거운 물에 데쳐 찬물에 행군 뒤 양념을 무쳐 가마솥에 넣어 끓인다.

흰 줄기는 따로 생으로 넣는다.

은근한 소고기국밥 맛에 푹 빠져버렸다.

대구에서 이런 진국과 조우하게 될지 몰랐다.

대구 음식은 자극적이라는 편견이 깨졌다. 강력 추천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건더기가 많다.

소고기, , 고사리, 무우가 들어가 있다.

옛날 어머니의 소고기국과는 달랐지만

어머니가 생각나는 것은 맛이 닮았기 때문일 거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


대구에서 마지막 식당은

테이블이 단 3개뿐인 아담한 노포다.

뭘 먹을까 메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한우 우둔살을 생으로 뭉텅뭉텅 썰어낸 뭉티기와 육회가 전부다.

뭉티기는 당일 도축한 고기를 오후에 받아와 생으로 즐기니 선도는 최상이다.

비법 양념장에 찍어 한입 먹어보니 담백하고 차진 맛이 일품이다

몇 번 씹을 새도 없이 육향만 남긴 채 녹아 없어진다.

흔히들 말하는 육사시미와는 그 맛이 딴판이다.


 

너무 싱싱하고 맛있다.

순식간에 접시를 비우고 1접시 추가!

기름지지 않고 한 없이 들어갈 수 있겠다.”




이 맛의 비결은 주인장 말에 의하면

미련 없이 마블링과 힘줄을 모두 제거하기 때문이란다.

주인장의 나이는 77, 혼자서 이 가게를 운영한다.

타고난 성격 자체가 깔끔한 양반이다.

생고기가 직접 닿는 칼과

물기가 있으면 균이 번지기 십상인 나무 도마는 수시로 불 소독을 하고

각종 집기류와 수저는 식초와 소주를 넣어 팔팔 끓인다


육회도 주문했다. 쫑쫑 썬 쪽파에 다진 마늘, 참기름을 더해 조물조물 무쳐낸다.

방법은 간단한데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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