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이미지

교양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식객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

백반일기

백반일기
1회 당신이 꿈꾸는 남도 백반 - 전남 강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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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4관리자 조회수 3402

당신이 꿈꾸는 남도 백반 - 전남 강진 편


2019년 어느 봄날,

멀고먼 전남 강진 행.


4, 9일이 들어가는 날마다 오일장이 선다는 강진읍장에서

시장 상인들이 강력 추천하는 백반집에 들렀다.

오일장이 서는 날만 문을 연다는 식당.

진한 화장의 드세(?)보이는 70대 주인장은 정이 넘친다.

혼밥하러 들렀는데

밥과 국에 반찬이 줄줄이 딸려 나온다.

남도에 왔음을 밥상에서 실감하는 순간.




반찬 15가지.

옆 식탁에 있는 것이 없다고 추가시킨 톳 무침.

이것이 5천원.

아하, 돈 쓸만하구나


내 돈 내고 사먹으면서도 미안한 시장 백반집은

팥죽으로 화룡점정을 찍는다.

주인장은 새벽 3시부터 팥을 삶고 옛날 방식 그대로 확독으로 으깨 팥죽을 쑨다.

강진에서 팥죽팥 칼국수를 가리킨다.

서울에서 부르는 새알 동동~ 팥죽은 이 동네에선 동지팥죽이라고 따로 부른다.

일본에 어머니의 손맛, 가정식의 대명사로 어제의 카레가 있다면

나에게는 어제의 팥죽이 그러하다.





어머니의 팥 칼국수가 생각난다.

어머니는 8남매를 먹일 음식을 걱정하느라

세월 다 보냈을 것이다.

한 겨울 이걸 만들어서 절반은 식구들이 먹고

나머지는 마루에 내놓으면

다음날 아침 식어있는 팥 칼국수를 만난다.

둥그런 상에 앉은 가족들이

입에 팥죽을 묻혀가면서 한 끼니를 채우던 그 날...

팥 칼국수 맛은 아직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강진만의 봄을 알리는 제철 식재료 바지락.

마을 공동 갯벌에서 1년에 두어 번 바지락을 함께 캐는 서중마을에 들렀다.

마을 어머니들의 협동작업이 푸근하다.

다들 제 분야의 달인이다.




시골은 협동이다.

네 일, 내 일 가리지 않고 힘을 나눈다.

미래의 사회 모습이다.


강진읍에서도 차로 20분을 더 들어가는 한적한 도암면 읍내.

고즈넉한 이 동네에 관광버스들이 들이닥치게 만드는 건 한 백반집이다.

~한 남도 맛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손맛 좋은 주인장이 자식들 입에 넣어주던 한 끼 그대로 

집밥처럼 차려내는 음식들은 더러는 담백하다

강진읍장, 해남 오일장 등 인근 장을 돌며 

그때그때 사온 재료의 맛을 살려 17가지 반찬을 차린다.

커다란 쟁반에 통째로 내오는 백반은 1인분에 8천원.




예약을 할 때 1인분에 1만원, 15천원... 값을 달리하면 그 가격에 맞춰 음식을 내준다.

다만, 장에서 뭘 사오느냐에 따라 반찬이 달라지니 지난번 상차림과 똑같지 않다고

어깃장 놓지 마시라~

남도 백반답게 덜 삭힌 홍어, 생선구이, 해산물 숙회, ‘묵은지등 구색은 늘 갖춘다.


손맛 좋은 어머니의 자식들로 자라난 까닭에

사먹는 음식에 대해 눈이 높은 강진 사람들.

그들이 어머니 품처럼 매일 들른다는 소박한 동네밥상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돼지 머리 고기를 파는 허름한 노포.

쌈 채소로 상추 대신 무청을 내어주고 멸치젓과 갈치속젓을 섞은 젓갈에 새우젓, 초장까지

머리 고기를 찍어먹는 기본양념마저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8가지 부위를 섞어내는 머리 고기 한 상차림에 1만원.




강진 기행에 동행한 방송인 오상진 군과 둘이 먹어도 남을 만큼 

푸짐하고 잡냄새 없이 맛있다

위장의 7할만 채워야지 늘 다짐하면서도 번번이 양 조절에 실패하곤 하는데

이번에도 그 결심을 무너뜨린 건 연탄불에 구워내는 메추리구이였다.




추리 한 점에 추억 하나... ~ 이건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강진에서 마주한 사람들은 피부가 매끈매끈~ 나이보다 훨씬 동안이었다.

산세 수려하고 공기 맑고 음식마저 맛있어서일까?

계속 강진 백반을 먹는다면 회춘할 것만 같은 느낌.

훗날, 은퇴 후 낙향을 한다면... 고향 여수 말고도 후보지가 한 곳 더 늘었다.

그러려면 집에 계신 마나님 모시고 강진에 들르는 게 먼저겠지만 말이다.




강진은 병영성이 있어서 모든 물자들이

이곳으로 몰린다. 

교통의 요충지가 되면서 경제도 발전했다.

따라서 인구도 불어나고 상업의 중심지로 바뀌면서 아주 큰 곳으로 바뀌었다.

음식 맛도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강진은 맛있다. 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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