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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매주 토요일 밤 10시 30분

강적들

대한민국 최강! 센 캐릭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고품격과 저품격 사이의 아슬아슬한 시사 쇼!

시청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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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가요 경연프로의 근본적인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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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6최현순 조회수 340


 MBC의 ‘나는 가수다’, KBS의 ‘불후의 명곡’ 그리고 근래의 복면가왕까지 가수들끼리 나와 노래대결을 펼친뒤 판정단의 점수로 승부를 가리는 방식의 이른바 ‘가요 경연프로’가 예능의 한 트렌드로 자리잡은지도 어느덧 3-4년 정도가 지났다. 이와같은 경연프로가 붐을 이룬것은 음반시장이 아이돌 가수 위주가 되면서 실력있는 가수의 공연을 보는게 어려워졌고, 그런 가운데 제대로 실력있는 보컬가수의 노래를 보고 싶어하는 대중의 열망에 게다가 프로 가수들끼리의 진검승부라는 점이 가져다준 흥미와 긴장감이 더해져 대중의 열망이 제대로 폭발한것 같다. 확실히 나가수나 불명 또는 복가 같은 프로들의 인기는 아이돌 위주의 가요계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실력있는 가수들의 제대로 된 공연을 갈망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헌데 문득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바로 이런 경연프로의 첫 케이스였던 ‘나는 가수다’가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았을때 경연에 참가한 한 유명가수가 초반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그러자 함께 출연한 몇몇 동료가수들이 ‘너무한다’며 눈물까지 보이는 돌발상황이 벌어지고 급기야 진행자가 탈락한 가수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자는 제안을 하는 상황이 편집없이 그대로 방영되었다. 하지만 이러자 오히려 이런게 ‘조작방송’이 아니냐며 네티즌 여론이 들끓었었다. 무엇보다 나가수가 시작한지 아직 얼마되지 않은 시점임을 감안한다면 자칫 이 프로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놓일수도 있었던 최악의 위기상황이었다.


 이 논란이 한참일때 한 중견가수가 자신의 SNS에 나가수를 직접 겨냥한듯 ‘이게 고대 로마시대 노예들을 사자우리에 몰아넣고 살아나라고 강요하는 로마귀족들과 뭐가 다르냐 ?’며 볼멘소리를 한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가수의 해당 사태로 인한 여론이 너무 악화되어 있는 상태라 그와같은 볼멘소리를 한 중견가수 역시 도매급으로 비난의 도마위에 올라야 했다. 다만 연예인이 어쨌든 옛날로 치면 광대란것을 감안한다면 그 중견가수의 비유가 제법 절묘한 면은 있다. 한편 이 프로 논란 당시진보성향의 한 시사평론가 역시 ‘만약 세계적인 유명 화가들을 한자리에 몰아넣고 데생시합을 벌이라고 하면 그게 온당한 것이냐 ?’며 나가수 식의 경연방식의 문제제기를 한 바도 있다.


 사실 연예계를 보면 아무래도 대중들의 시선에 늘상 노출되어 있는 여러 가지 부담감이 많은 직업이다보니 같은 연예계 인사들끼리는 일종의 동류의식이 있는것을 느낄때가 많다. 가령 토크쇼 같은데 나와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때 보아도 비슷한 연배의 연예인들끼리는 평소 호형호제 하거나 언니,동생 하면서 꽤나 절친하게 지내며 함께 술자리나 식사도 하고 여행도 같이 다니는 그런 경우가 많은듯 하다. 아무래도 같은 직업군에 종사하는 이들끼리다 보니 고민이나 정서도 어느정도 비슷할것이고 그러다보니 서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는 것이라 봐야하는걸까.


 헌데 평상시 그런 선,후배 언니,동생 하면서 절친하게 지내는 동료들끼리 대결을 펼치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 그야말로 고대 무슨 검투대회 같은것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따금 보듯 친형제간이나 동기간끼리 칼을 맞대고 대결을 펼쳐아하는 그런 느낌이 들게되지도 않을까. 실력있는 가수들끼리 무대위에 올라가 대결을 펼치고 판정단의 점수로 평가를 받으라는 요구는 관객들 입장에선 긴장과 스릴 넘치는 흥미만점의 게임이 될수 있을지 몰라도 정작 당사자들에겐 너무 잔혹한 대결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나가수나 불명같은 경연프로를 보면서 또 한가지 뜻하지 않은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 대체로 이런 프로의 대결결과를 보면 여성가수들은 성적이 부진한 편이다. 대체로 보면 남자 가수들은 상대적으로 힘이 있으니까 보다 힘차게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이며 공연을 보여줄수 있지만 여성가수들은 아무래도 힘이 딸린다는 점에서 대체로 여가수들 성적이 좋지 못하다는 분석이 가능할것 같다.


 또 한가지 이유를 굳이 찾자면 이런 프로에 판정단으로 참가하는 방청객들이 대개는 여성이라는 점도 주요인으로 작용하는듯 하다. 아무래도 젊은 여성들의 경우 이성(異性)인 남자가수들에게 쉬이 호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그런 요인도 어느정도 심리적으로 작용하는듯 하다. 실제 ‘불후의 명곡’에 출연한 한 실력파 여가수는 최근 ‘내가 이 프로에 나와 한번도 이긴적이 없다’는 푸념을 한 바 있다.


 다만 복면가왕의 경우엔 좀 예외라 근래의 전체 성적을 보면 여가수들이 좀 우세한 편이다. 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남성가수인 클레오파트라 김연우가 가왕에서내리 4연승(4,5,6,7대)을 했었고, 실제 대결에서도 무려 4명의 여성 보컬형 가수(에일리,진주,에이핑크 정은지, 스피카 김보아)를 큰 표차로 이겼었다. 또한 지난 9월에 특집으로 방송된 ‘생방송 복면가왕’의 경우 생방으로 진행하면서 네티즌 투표를 함께 받았는데 역시 대결에서 대개는 남자 출연자가 여가수들을 투표에서 크게 앞질렀다. 그리고 무슨 국회의원 선거나 단체장 선거 같은 정치문제라면 모를까 이런 방송,연예 관련한 네티즌 투표는 젊은 여성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표에 임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보통 이런 경연대회에서 패한 가수는 후일담이나 인터뷰에서  담담하거나 겸허한 자세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TV 카메라가 앞에 있을때의 이야기고, 솔직히 예술인만큼 자존심 강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 없다는것은 동서고금 고대로부터의 진리일진대 이런 대회에 막상 나가서 계속 질 경우 겉으론 웃어도 속은 과연 어떨까 ? 직업가수들끼리 이런식으로 노래를 부르게 하고 판정단의 투표로 평가를 받는식의 프로가 실제 이런 프로에 출연하는 가수들에겐 무척 자존심을 해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것이다.


 복면가왕의 취지가 가면을 씀으로서 인해 ‘편견’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따지고보면 사람은 근본적으로 감정을 가진 존재이기에 정치나 사상의 문제건 철학이나 역사관이건 또는 연예인이나 이성에 대한 취향이건 또는 각자 기호나 취미에 따라 조금씩의 편향적인 감정을 누구나 갖고있기 마련이다. 그럴진대 100퍼센트 공정함도 편견을 완전히 제거한 판단도 따지고보면 이 인간세상엔 존재하는것이 불가능하다.


 노골적으로 이야기해서 20-30대 여성들 다수를 모아놓고 이런 경연대회를 펼치면 미성(美聲)의 남자가수가 백날 우승할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중년의 아저씨들 모아놓고 경연대회를 펼치면 어쩌면 나이어린 걸그룹 멤버 출신이 장기간 가왕을 차지할지도 모르는일이다.


 나는가수다,불후의명곡,복면가왕 같은 프로들이 근 몇 년동안 붐을 이룬것은 아이돌 위주가 되어버린 가요계의 상황하에서 실력있는 가수들의 노래를 듣고싶은 대중들의 열망을 제대로 충족시켜준것이 그 주된 요인이라 할수있다. 정말이지 처음 누가 이런 기획을 했는지 그 아이디어 한번 절묘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각 가수의 장르나 개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이렇게 무대에 올려 투표로 승부를 가리게 하는 이런식의 경연이 과연 바람직한지도 이제 좀 생각해볼 문제다. 가령 댄스가수건 아이돌이건 발라드건 트로트건 락이건 힙합이건 그 장르마다 각기 개성이 있는법이고 사람들도 그중 자기 취향에 맞는 노래를 골라 듣는법이며 가수들 역시 자신의 재능과 개성에 맞춰 자신에 맞는 장르를 택해 그와같은 가수활동을 하고있는것이다.


 소설의 경우에 비유한다면 가령 SF 소설도 있고 멜로물도 있고 역사소설도 있고 정치소설도 있으며 사회부조리를 다룬 고발소설도 있으며 민중소설도 있고 순수소설도 있다. 헌데 저 소설들을 장르구분 없이 무조건 단순 비교평가한다면 그것을 온당하다 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가수와 가요도 제각기 장르구분이 있는법이며 가수들은 자기 재능에 맞는 장르를 택해 그와같은 활동을 하는것이다. 댄스가수건 발라드건 아이돌이건 또는 그 외 기타장르건 각 장르는 장르마다의 개성이 있는법이고 가수들 또한 다 저마다의 개성과 차이가 있는 법이다.


 바로 그와같은 각 장르마다의 개성과 차이를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것이다. 남자가수는 남자가수 대로 여자가수는 여자가수대로 아이돌은 아이돌대로 트로트 가수나 발라드 가수는 또 그들대로 자신의 개성에 맞는 장르에서 최선의 활동을 하고있는 것이다. 헌데 그와같은 개성을 전혀 고려치 않고 무작정 일괄적으로 한 무대에 올려 투표로 승부를 가리게 하는 그와같은 가요경연 프로의 문제를 이제 좀 생각해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따지고보면 아이돌은 노래를 못한다거나 보컬가수만이 최고라던가 그런것도 결국  편견인 셈이다. 아이돌은 아이돌대로 보컬은 보컬대로 발라드 가수는 또 그들대로 다 저마다의 개성과 차이가 있는것이다. 이젠 이런식으로 각 가수의 장르나 개성에 대한 고려없이 무조건 무대에 올려 승부를 겨루게 하는 그런 경연보다는 각 장르별 가수와 가요를 그 자체로 존중해주고 각자의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가수 개개인의 공연을 즐기는것도 진정으로 가요를 즐기는 방법의 하나는 아닐까. 한번 좀 심사숙고해봐야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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