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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당 세대는 북한을 변화시킬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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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2최현순 조회수 382



 ‘장마당 세대’란 말을 언제부터인가 북한 전문가들이 쓰기 시작했다. 장마당 세대란 북한의 식량난(90년대 중반)을 어린시절 겪었고, 무엇보다 사회주의 배급체계가 붕괴되면서 장마당을 통해 시장경제를 몸소 체험한 세대를 말한다.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이들의 의식체계와 가치관은 이전의 북한주민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북한을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고도 불리는 최악의 식량난을 겪은 90년대 중반 이전과 그 이후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90년대 중반 식량난을 기점으로 북한은 모든 것이 그 이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그 첫째는 90년대 중반 이전까진 김일성이 하늘을 날아다녔다고 해도 곧이 곧대로 믿던 시절이었다고 한다면 요즘은 북한당국의 선전선동이 좀처럼 주민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고 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특징은 이제 북한주민들 상당수가 남한이 최소한 북한보다는 잘산다는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점이다.


 실제 북한 식량난이 최악에 달했던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북한 주민들 상당수는 남한을 여전히 북한체제의 선전대로 ‘헐벗고 굶주리는 사회’로 여겼다고 한다. 실제 90년대 중,후반 탈북자 유형의 상당수는 북한내에서 하도 먹고살기가 힘드니까 중국에서 장사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에서 ‘중국으로 가는것’이 주 목적이었지 그때까지만 해도 남한은 여전히 ‘헐벗고 굶주리는 사회’, ‘미제의 식민지’ 정도로만 여겨 남한으로 갈 생각을 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대개는 중국 연변에서 그곳 TV를 통해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산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북한주민들은 남한이 잘산다는 사실을 웬만큼 아는것 같다. 장마당을 통해 남한 물품을 구입해본 사람은 그래서 알게되고, 남한 TV나 영상물을 시청한 사람들은 그것을 통해 남한실상을 알게된다. 한마디로 이제 남한이 북한보다 잘산다는 사실은 북한주민들에게 더 이상 비밀도 아니라는 점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90년대 북한 식량난 시기에 어린시절을 보낸 장마당 세대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해 볼수가 있다. ① 김일성 시대에 대한 기억이 아예 없거나 적은 편이고 ② 장마당을 통해 시장경체를 체험해 봤으며 ③ 남한이 북한보다 잘산다는 것을 어느정도 안다는 점이다. 대략 지금의 북한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의 연령대를 여기에 포함시킬수 있을것 같은데, 다시말해 80년대 중,후반 이후에 태어난 세대 90년대 중반이래봐야 기껏 10세 미만이었던 그 정도의 세대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말할수 있을것 같다.


 장마당 세대는 북한의 이전 세대들에 비해 훨씬 자유분방하며 무엇보다 장마당을 통해 시장경제를 배운탓에 그 장,단점을 잘 알고있다. 우상화,신격화 교육이 먹혀들어가지 않아서인지 체제에 대한 충성도도 희박하며 무엇보다 중국과 장사를 하거나 남한 영상물이나 남한제품을 구입해보면서 외부소식이나 정보도 쉽게 접해볼수 있게 되었다. IT에 능숙해서 남한 영상물을 적극적으로 유포시키는것도 이들 세대다.


 그와같은 장마당 세대가 어느덧 20대를 지나 30대 초반까지 차올라오고 있다는점은 분명 주목할만한 일이다. 이전의 북한주민과는 다른 어쩌면 ‘북한판 신세대’ 또는 ‘북한판 X세대’라고 불러도 될것같은 이들 세대가 북한 사회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는 연령대가 되면 이들은 과연 북한사회 전반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게 될까. 당원이 된다거나 해서 정치적으로 출세하는것 보다는 장사로 돈버는데 더 관심이 많다는 장마당 세대. 이들이 가져올 북한사회 전반에 대한 변화는 확실히 북한을 이전과 다르게 바꿔놓을수도 있을것 같다는 묘한 기대와 설레임을 갖게 만든다.


 북한에 대해 어느정도 관심이 있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탈북자들을 많이 접촉해본 남한 사람들조차도 북한 주민들에 대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것이 결국 그것이다. ‘북한이 그렇게 생지옥 같은 사회면 왜 북한주민들은 데모한번 할 생각을 하지 않았냐 ?’고. 심지어 이런말은 김정일에게 납치되어 북한에서 수년간 살다 탈출한 신상옥 감독도 한 바가 있다. 2천년대 초반 한 북한인권단체 초청으로 이루어진 강연에서 신감독도 솔직히 이렇게 토로한바 있다. “ 예부터 ‘함경도 기질’이니 ‘평양 박치기’니 이런 말이 있을 정도로 기질이 거칠고 드센 사람들이 평안도,함경도 사람들인데 그런 북한주민들이 김일성한테 그렇게 지독하게 억눌려 살면서도 들고 일어날 생각 한번 안 했다는것은 (북한에서 직접 살아본) 내가 봐도 이해가 안 가는일. ”이라고.


 ‘북한사람들은 왜 데모를 안 하나 ?’는 질문에 탈북자들이 일반적으로 해명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말 한마디 잘못해도 온 가족이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갈수 있는 나라에서 누가 감히 데모를 할 수 있겠느냐 ?’고. 하지만 이 또한 역사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 생각해본다면 납득이 안 가는 해명이다. 옛날 왕조시절에도 삼족을 멸하는 법도가 있었고 중국에는 심지어 구족을 멸하는 법도가 있었다. 하지만 폭정이 심해 백성들을 핍박하고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더 거칠게 들고 일어났던것이 민중들이다. 진시황때 진승,오광의 난이 무엇인가. 제 날짜에 노역수들을 조달하지 못하면 처형을 당하게 되어있는 진나라 법도 때문에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다’라면서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 ?’고 일어났던게 중국 최초의 농민반란이기도 했던 진승,오광의 난이 아닌가. 이렇게 폭정에 들고 일어나는 민중봉기는 전 세계적으로 고대에서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헌데 고대부터 존재한 민중봉기가 유독 오늘날의 북한사회에서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것.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간다’는 식의 해명으로는 좀 잘 납득이 안 가는 이야기다.


 북한주민들이 데모를 하지않는(또는 못하는) 이유로 탈북자들이 대는것은 그 외 몇가지가 더 있다.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고 ‘집회결사의 자유’가 없어서 남한이나 다른 나라에서 종종 볼수있는것과 같은 대규모 군중집회 조직이 쉽지 않다는것. 그 외에도 감시와 통제가 너무 심하다던가 이런식으로 쭉 나열하다보면 그래도 북한주민들이 데모를 못하는 점에 대한 탈북자들의 변명이유는 한 열가지 가까이는 될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부당한 권력이 폭력적인 방법으로 억압하면 더 거칠게 들고일어나기 마련이었던 백성들의 저항이 고대사 이래 전 세계 어느 사회에서든 존재했던 그와같은 저항의 방식이 유독 북한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것은 그 열가지 가까운 이유를 다 들더라도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다. 북한사회라고 다른시대, 다른 세상과 또 다른 특별한 그 무엇이 있을리도 없을진대, 대체 북한에서 지난 70년간 그 엄혹한 수령독재 체제에서조차도 눈에띄는 대규모 민중들의 저항이나 쿠데타 한번 일어나지 않았다는것은 대체 어떤 이유 때문이라 말할수 있을까.


 좀 더 근본적인 이유로 들어가본다면 그것은 ‘수령독재’ 이외에 새로운 대안체제를 생각해보는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하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사실 북한주민들은 구한말에서 일제시대를 거쳐 바로 김일성 시대를 겪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왕조시절의 가치관을 그대로 가진채 오늘날 북한체제를 받아들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따지고보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도 ‘대통령=왕, 영부인=국모’로 생각하는 의식이 70-80년대까지만 해도 어느정도 존재했으며, 가령 6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도시나 젊은 사람들은 몰라도 시골의 나이많은 사람들은 예전에 친분이나 인연이 있던 양반집 식구들을 만나면 ‘나으리’라던가 ‘마님’이란 표현을 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것처럼 대한민국에서조차도 갑오경장으로 신분제가 철폐된지 70년이 지난 1960년대까지만 해도 신분제의 잔재와 의식은 아주 조금씩은 남아있었다.


 하물며 북한주민들이 왕보다 더한 신처럼 받들어야 하는 김일성 체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던것은 어쩌면 당연한일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북한은 일반주민들이 다른나라 소식을 일절 접해볼수 없는 철저한 폐쇄국가였다. 무엇보다 냉전시대엔 소련이나 중국은 북한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였고, 남한은 적어도 북한체제의 선전대로라면 ‘헐벗고 굶주린 미제의 식민지’였다. 주위의 지리적 여건이 그렇고 북한의 역사가 그러할진대 왕조시대 보다 더한 신정체제인 수령독재 이외에 더 나은 정치체제가 존재할수 있다는 생각을 못해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마당 세대’가 성장하고 있는 북한은 90년대 중반 이전의 북한과 분명히 다르다. 북한판 신세대라고 해야할 이들에겐 김일성 우상화가 더 이상 먹혀들지도 않고, 장마당을 통해 시장경제를 체험했으며, 남한이 북한보다 잘산다는것을 웬만큼 안다. 따라서 이들에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남한이 수령독재를 대신할만한 대안체제로 인식되게 된다면 이것은 기가막힌 일이다.


 사실 ‘북한 붕괴론’은 동구 공산권이 몰락하던 80년대 후반부터 지난 30년 가까이 꾸준히 있어온 이야기기 때문에 이제 여기에 한글자 더 보태는것은 식상한 면마저 있다. 하지만 ‘장마당 세대’가 성장하고 있는 지금의 북한 붕괴론은 이전과는 분명 다르다는데서 그 의미를 찾을수 있다. 동구 공산권이 몰락하던 시절엔 북한주민 대다수가 국제정세의 그 급격한 변화 자체를 몰랐고, 김일성이 죽고 북한 식량난이 극에 달했을때는 중국에서 생계라도 이어볼 생각으로 탈북을 했지 남한은 그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헐벗고 굶주린 사회’로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장마당 세대는 그러한 이전 세대와 분명 다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이들에게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수령독재를 대신할만한 새로운 대안체제로 인식이 된다면 장마당 세대의 통일이나 남북한 문제를 생각하는 의식도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수밖에 없다. 어디 아주 멀리 대단한 유토피아가 있는것도 아닌 바로 아랫동네(남한)에 그나마 수령독재를 대신할수 있는 새로운 대안적 정치체제가 있다면 더 고민할 필요도 이유도 없는것 아닌가.


 따라서 이제 남한은 ‘장마당 세대’에게 북한 수령독재를 대신할만한 새로운 대안체제가 될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다시말해 남한은 이제 북한의 롤모델 내지 리모델링 대상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방송에서 뉴스나 연출기법에서 남한 방식을 따라한다던가 남한 과자나 음료의 짝퉁제품을 만들어 파는 수준을 넘어서 남한체제 자체가 북한을 대신할만한 대안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장마당 세대에게 널리 퍼지게 된다면 북한체제는 근본적으로 요동칠수밖에 없을것이다.


 김일성 시대에 대한 기억이 없고, 장마당을 통해 시장경제를 알게 되었으며, 남한 물품이나 영상물을 어렵지 않게 구해볼수 있는 장마당 세대의 성장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수도 있고 반면 그 정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수도 있다. 만약 장마당 세대에게 정말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수령독재를 대신할만한 그런대로 괜찮은 대안체제로 인식이 된다면 북한의 민주화와 통일의 과정에 획기적인 전환점이자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남한의 너무 자유분방하고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럽기까지 한 체제가 오히려 장마당 세대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세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그러잖아도 복잡하기만 한 남북관계만 더 꼬이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진짜 제대로 정신 바짝 차리고 통일과 북한의 민주화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과연 북한의 장마당 세대에게 새로운 대안체제로 인식될수 있을까. 그 답은 결국 우리들의 몫이다. 남한의 민주주의가 지금보다 더 온전하고 합리적인 체계로 발전하게 된다면 두말할것도 없이 그러한 사회는 북한의 신세대들에게 대안으로 삼을만한 매력적인 체제가 될 것이지만 지금과 같은 정치혼란이나 이념과잉의 시대만 거듭된다면 북한의 장마당 세대도 ‘남한이 경제적으론 우리보다 잘 사는 사회일지 몰라도 정치와 사회는 무척 혼란스러운 곳인가보다’ 하는 생각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신세대인 장마당 세대는 북한체제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수 있을까. 어쩌면 그 답과 열쇠는 우리 스스로가 갖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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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 CHOSUN 최현숙 2015.07.22 08:25

    북한을 장마당 세대들이 변화시킬수 없습니다... 의식이 일단 옳바로 형성된 사람들이 거의 없기에 북한을 변화시킬수 있는 원동력이 없다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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