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들 부글부글
"사건 터질땐 호들갑 떨더니 법안을 부결시켜?
교사 인권만 중요한가, 말 못하는 애들 인권은?"
- 與野 공식 사과
4월 국회서 재추진하기로
지난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부결되자 기권표를 던졌던 한 의원이 당혹해하며 한 말이었다. 여야 지도부가 처리하기로 합의한 이 법안이 부결되자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학부모와 시민들은 4일 온·오프라인에서 "교사의 인권만 중요하고, 말 못하는 어린아이들의 인권은 중요하지 않으냐"며 "반대나 기권한 국회의원들의 낙선 운동을 벌이자"며 분노를 표출했다.
법안은 3일 국회 표결에서 재석 의원 171명 중 찬성 83명, 반대 42명, 기권 46명으로 과반수(86표)에서 3표 모자라 부결됐다. 반대·기권은 새누리당 27명, 새정치연합 55명, 정의당 5명이었다.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기권 많아
국회의원들은 왜 이 법안에 반대하거나 기권했을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어린이집 등의 반대에 부담을 느낀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나 기권이 많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구 의원 투표자 136명 중 절반가량인 67명이 반대하거나 기권했다.
새누리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지역에서 어린이집 원장들의 입김이 세다"며 "내년 총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실제 본회의 전날 보육 단체 관계자들이 국회의원실을 돌며 입법 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은 1만800곳으로 전체(4만3700곳) 4곳 중 하나꼴이다.
-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3일 국회에서 부결됐다(사진은 본회의장 전광판). 학부모들은 “교사 인권만 중요하고, 말 못하는 어린아이들 인권은 중요하지 않으냐”고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
새누리당에선 "쉽게 통과되리라 믿고 본회의에서 찬성 토론을 하지 않은 것이 원인인 것 같다"며 "대다수 의원들은 이 법을 단순히 'CCTV 설치법'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분노한 학부모들, "어린이집 표보다 엄마 표가 더 많다"
법 무산에 학부모와 시민들의 분노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회원 수 1만4000여명인 아동 학대 근절을 위한 자발적 시민 모임 '하늘소풍'은 4일 성명을 내고 "CCTV는 학대를 당해도 제대로 말도 못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CCTV 법안에 반대한 의원들 낙선 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공혜정 하늘소풍 상임고문은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보다 대한민국 엄마들 표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꼭 보여주겠다"고 했다.
네 살짜리 자녀를 둔 방민희(31)씨는 "인천 아동 학대 사건이 커지니까 여당, 야당이 다 모여 'CCTV 꼭 설치하겠다'고 발표해 놓고 정작 법안은 부결시키는 걸 보고 너무 화가 났다"며 "당장 급하니까 시민들 달래려고 CCTV 설치한다고 하고 잠잠해지니까 안 하는 건 국민을 놀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회원 수 228만명의 인터넷 육아 정보 커뮤니티 '맘스홀릭'에는 하루 종일 관련 글이 올라왔다. 한 회원은 "자기들은 CCTV까지 다 달려 있는 호화찬란한 국회어린이집에 애들 보내는데 (아동 학대) 당할 리가 있겠느냐" "국민 세금으로 호화찬란한 국회어린이집이나 만들면서 일반 시민들은 CCTV도 못 달게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야, "4월 국회서 재추진"
여야는 4일 일제히 어린이집 법안이 무산된 데 대해 공식 사과하고, 4월 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곧이듣는 국민은 많지 않다. 어린이집 원장들의 눈치 보기는 여전할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어린이집 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는 "CCTV 설치는 위헌 요소가 있어 이를 제외한 나머지 내용으로 법안을 다시 제출하면 찬성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복지부는 "인권 침해 요소를 줄이는 내용으로 법안을 다시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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