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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매주 토요일 밤 10시 30분

강적들

대한민국 최강! 센 캐릭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고품격과 저품격 사이의 아슬아슬한 시사 쇼!

시청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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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의 두 장면과 오늘날의 정치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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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8최현순 조회수 369


 80년대에 방영되었던 사극 ‘조선왕조 500년(신봉승 작)’중 세조시대를 다룬 ‘설중매’편에선 이런 장면이 나온다. 세조가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상황. 여기서 성삼문,박팽년등 이른바 사육신등이 마침내 수양을 몰아내고 단종을 왕위에 복위시키기 위한 거사를 도모한다. 우선 집현전 학사출신인 성삼문,박팽년,이개,유성원 4인방이 한자리에 모여 거사를 함께할것을 뜻을 같이하고 자신들과 함께 거사를 도모할 동지들을 포섭할것을 의논한다. 여기에 우선 첫 번째 포섭대상으로 거론되는것이 자신들과 같은 집현전 출신인 하위지. 헌데 사육신중 일부가 하위지의 경우 선대(세종때)왕때 수양대군과 함께 찬술활동에 참여했던 전력이 있음을 거론하며 수양쪽 사람일 가능성을 우려하며 난색을 표한다. 하지만 여기에 박팽년이 반론을 제기한다.


 “ 세종대왕때야 (수양이나 우리나) 다 같은 신하의 입장이었는데, 그런식으로 따

  지면 수양의 사람으로 걸려들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 무엇보다 거사를 성공

  으로 이끌려면 한 사람의 동지라도 더 뜻을 같이하기 위해 모아야할 판인데 그

  런식으로 사람들 전력을 일일이 따지고 거론하면 어떻게 우리가 거사에 성공할

  수 있겠나 ? ”


 실제 수양대군이 세종시대에는 집현전 학사들과 교류가 활발했던것을 감안하면 극중에서 하위지의 전력에 대한 이의제기와 여기에 대한 박팽년의 반론은 꽤나 의미가 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드라마속 가상설정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하위지는 함께 거사에 참여 오늘날까지도 사육신중 한사람으로 그 이름이 기려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방영되었던 사극중 이런것도 있다. 이 사극은 실제 역사와는 관련없는 단지 시대배경만 조선 후기인 가상의 픽션물인데, 극중 주인공은 천민출신임에도 어떻게 글공부에 관심을 갖게되고 한 훈장의 눈에들어 글공부를 하게된다. 그리고 덕분에 제법 빼어난 학문실력을 갖추게 되지만 천민출신이란 신분 때문에 과거를 본다거나 벼슬길에 오를수는 없다. 훈장은 그러한 천민출신 제자의 한계를 늘 탄식하다 하루는 한 동료를 만나 이렇게 현실을 개탄한다.


 “ 참으로 한심한 나라일세 ! 이 작은 땅덩이에서 양반,상놈을 가려내 반을 추려내

  고 또 거기서 적출,서출을 갈라 또 반을 추려내고 게다가 그것도 모자라 무슨 노

  론,소론,남인,북인 허구헌날 파당을 갈라 싸우니 이런 나라에서 무슨 인재가 나올

  수 있겠는가 ? ”


 어디까지나 가상의 사극에서 극중 훈장이 천민출신인 제자의 처신을 한탄하며 나온 대사이긴 하지만 시대적 배경이 신분제가 붕괴되던 영,정조때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실학사상이 싹트기 시작하는 시기임을 감안하면 그 시절 지식인중 실제 저렇게 신분제 사회의 현실과 한계를 탄식하는 사람이 누군가 한둘쯤은 있지 않았을까 추정해 볼수도 있을법한 충분히 실제 있었을법한 일이란 상상이 가능한 장면이다. 사극속 훈장처럼 성리학 중심과 신분제 사회의 한계를 탄식하는 사람들 영,정조때쯤이면 아마 누군가인들 잊지 않았을까.


 사실 위에 열거한 두 사례는 모두 80년대 제작,방영된 사극에 나오는 장면들이다. 무엇보다 30년전인 80년대의 시대,정치상황등을 생각해볼때 그 당시의 사극작가들이 30년후인 2010년대의 사회상을 예견하고 드라마에 저런 장면을 넣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 21세기면 전부 우주선타고 달나라가고 외계인 만나게 되는 시대가 올줄 알던 시절인데 ^^;;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사극속의 장면들은 오늘날 우리시대의 세태와 사회상에 대입해보면 얼마나 절묘하고 기가막히게 맞아떨어지는지 소름이 끼칠정도로 무섭기까지 하다.


 어떤 이들은 ‘보릿고개에서 해방시켜준’ 경제성장의 공이 있는 전직 대통령을 여전히 친일전력이 있는 사람이라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니 이에 질세라 그런 공격을 받는 정파에서도 어느 대통령 후보를 ‘장인이 빨치산 출신’이라 비난하기도 했다. 또한 그 당의 유력 대선후보나 중견정치인의 선친 누구누구도 일제때 학교선생이었네 은행간부를 지냈네 이런식으로 전력을 들추고 신상털기를 해서 흠집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또 어떤이는 졸지에 그 증조부가 조선말의 유명한 탐관오리였음이 드러나기까지 했다. 누구는 친일파의 후예니 누구는 OO이의 자손이니 누구는 종북이고 누구는 친일이고 수구고 독재자의 후예고 이런식으로 상대방의 이념적 정체성은 물론이고 그 부친,선대 조상의 전력까지 들먹여가며 비난하는 모습들을 보면 조선시대 당파싸움은 저리가라 할 지경이다. - 아니면 역시 피는 못속인다고 그렇게 4색당파로 갈라서서 싸우던 그 조상들의 후예라 그 한심한 지경을 21세기의 현실정치에서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것인지.


 솔직히 누가 ‘독재자의 딸’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것도 아니고, ‘아 ! 저 사람은 OO이니까 난 저 사람 사상에 동조하니 저 OO이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다’며 자기의지로 그런 사람의 자손으로 태어났을 사람도 전 우주 그 어디에도 생명공학적 이치로 볼때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친일파의 자손이니 누구는 OO이의 후예니 이런식으로 비난하는것은 진짜 저열하고 저속한 정치공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대명천지 21세기에도 그와같은 모습들을 수도없이 봐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지나친 정치과잉,이념과잉 시대가 정치와는 별로 상관도 없는 문화,예술계라던가 다른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무슨 ‘폴리테이너’니 어쩌니 하면서 문화,예술계나 방송연예가에도 가끔 정치,시사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와같은 발언을 하는사람도 있고 사회운동이나 봉사활동 같은것에 헌신하는 사람들도 있다. 헌데 그런 사람들 조차도 무슨 종북이니 뭐니 하며 늘 사상적,이념적 편견을 가지고 그 사람의 문화예술이나 방송연예가에서의 활동을 판단하려 들면 문화예술은 성장할 수가 없다. 지나친 정치과잉,이념과잉의 시대가 이제 그러잖아도 척박한 우리의 문화,예술계 방송,연예가의 토양까지 죽이려 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현상들은 솔직히 순혈주의나 근본주의라고 볼수도 없는 그저 정치과잉,이념과잉의 시대가 만들고 있는 기형적 모습들일 뿐이다. 마치 앞서 소개한 사극의 한 장면처럼 세종시대에 수양(세조)과 함께 어떤 작업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고 해서 자신들의 동지로 포섭하는데 난색을 표하는 모습,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령 민주정부가 수립되면 군사정권때 공무원이나 군인,경찰 같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군사정권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전부 숙청이라도 해야하는가. 그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때는 단지 공직에 있으면서 자신의 ‘맡은바 할 일’을 성실히 수행했을뿐이다. 헌데 그런것들까지 무슨 군사정권에 협조하며 엄청난 악행이라도 저지른양 비난하는것은 온당치 못하다. 누구는 친일의 후예니 누구는 빨치산의 자손이니 하는식으로 비난하는것도 마찬가지다.


 시대는 어느덧 21세기로 접어든지도 10년 이상이 흐른 2010년대 중반이건만 오늘날의 정치과잉,이념과잉 현상은 30년전 사극에서 묘사한 조선시대의 두 장면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어찌보면 지금와서 저 사극속의 장면들을 곱씹어보면 마치 30년전 사극작가들이 30년후 오늘날의 세태를 미리 예견한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소름이 다 끼칠 지경이다.


 누구는 친일의 후예니 안 되고, 누구는 빨치산의 자손이라 안 되고 이런식으로 상대방의 부모,조상까지 들먹여가며 비난하는 오늘날의 이와같은 세태. 조선시대 당파싸움보다 더하면 더했지 과연 덜하다고 할 수 있을까. 오늘날의 이와같은 정치과잉,이념과잉 현상이 후세에 과연 어떤 평가를 받게될지 지금으로선 예견하기 쉽지 않지만 만약 30년전 저 사극속 서당훈장이 현실속의 인물이 되어 2010년대 중반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를 보게된다면 이렇게 개탄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참으로 한심한 나라일세 !!! 이 작은 땅덩이에서 누구는 친일의 후예라 안 되

  고, 누구는 빨치산의 자손이라 안되고 서로 생각이 조금 다르다며 툭하면 종북

  이니, OO이니, 수구니, 친일이니 하며 여야로 갈라지고 보수,진보로 갈라져 파

  당을 갈라 허구헌날 싸움질만 하니 이런 작고 편협한 세상에서 어찌 제대로

  된 인재가 나올수 있겠는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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