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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미안하다

한 가족을 통해 바라보는 신랄하면서도 현실적인 우리 모두의 이야기











아버지가 미안하다 - 시청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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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버지가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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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4지형원 조회수 927

‘아버지가 미안하다’

아버지는 퀵서비스 배달원이었다. 어머니는 남편의 작은 벌이로 두 아들과 두 딸을 학교 보내고 결혼시킨 억척주부다. 많이 배우거나 가진 것은 없지만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이 시대의 아버지요, 어머니다.

큰아들은 법대를 나온 변호사로 로펌을 가진 집안에 장가들어 데릴사위로 살아간다. 처갓집 눈치, 아내눈치 보느라 1년 가야 얼굴 한두 번 내미는 것이 고작이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꿈이요, 어머니의 희망이다. 지지리 가난했던 시절, 시청 미화요원으로 일하면서도 법대 다니는 아들이 자랑스러워 힘든 줄도 몰랐다.

큰딸은 고등학교만 나와 부잣집으로 시집갔다. 어찌 보면 남동생 대학보내기 위해 누나가 희생한 셈이다. 60,70년대는 누나가 공장살이나 식모살이해서 동생들 공부 가르친 경우도 많았다. 가정마다 큰아들이 집안을 일으킬 기둥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은 못 배워도 법과대학생 동생을 둔 누나는 한없이 든든했다.

큰딸은 남자가 맘에 쏙 도는 것도 아니지만 남루한 가난을 벗을 것 같아 시집을 갔다. 말만 갈비집 안주인이지 종업원에 다름이 아니다. 거기에 사장이라는 남편은 여러 여자들을 옆구리에 차고 다니는 바람둥이다. ‘참고 살아라.’는 부모님 말씀 때문에, 부모에게 걱정 끼치지 않기 위해 눌러 살아 왔다. 친정이 가난해 대접을 못 받는 것 같아 원망스럽기도 하다.

둘째 아들은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노래방 실장으로 일하면서 부모를 모시고 산다. 단순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도리가 무엇이줄 아는 정 많은 아들이다. ‘등 굽은 당산나무가 마을을 지킨다’ 더니 많이 못 배우고 못난 아들이 부모 차지가 된 것이다.

막내딸은 학교시절 공부를 잘해 대학을 졸업하고 광고회사에 들어갔다. 괜찮은 남자를 만났으나 아버지가 퀵서비스 배달원이라는 사실이 들통이나 결혼이 깨어지고 말았다. 이 또한 아버지가 유죄다.

‘언어를 조련사’라는 김수현 극본의 ‘아버지가 미안하다’ 설날 특집극 내용이다. TV조선이 설날 저녁 3부작으로 내보냈는데 이 시대 아버지의 한사람으로서 몇 번이나 눈시울을 적셔야 했다. 송년특집극이나 설날특집극이 오락프로에 밀려 없어진지 오랜만에 본 가슴 뭉클한 휴먼드라마였다.

설날을 맞아 모처럼 온가족이 만났지만 누추한 곳에서 자지 않고 그냥 돌아가려는 큰며느리 때문에 집안은 한차례 발칵 뒤집힌다. 이혼을 작심하고 친정에 돌아온 큰 딸은 위로는커녕 가슴 아픈 일을 목격하게 되고 둘째 아들은 장남노릇 제대로 하지 못하는 큰형이 미워 따지고 대든다. 어려서부터 공부 잘하던 큰형에 치어 살던 터라 형이 미웠고 큰아들에게 모든 것을 걸었던 부모가 대접받지 못하는 것이 화가나 형에게 막말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말이 없다. 오랜만에 집에 들렀다가 휑하니 가겠다는 큰며느리에 대해서도, 그런 며느리에게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고 살아가는 아들에 대해서도 말이 없다. 아니 하지 않는다. 부자가 아닌 아버지, 많이 배우지 못한 아버지, 퀵서비스를 하고 하는 아버지가 그저 미안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내를 붙잡지 못하고 따라나서는 큰아들을 향해 퍼붓는 어머니의 절규가 가슴을 때린다.

“뭐야, 이놈. 퀵서비스하는 아버지가 변호사 사무실에 올까봐 가슴이 졸인다고. 에이 놈아, 네 아버지 건강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창피하니까 그만 두라고? 우리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 싸가지 없는 놈아. 네 아버지가 지금 아파 이놈아. 심장에 쥐가 난다고 한지가 오래됐어 이놈들아.”

모두들 집으로 돌아갔고 아버지는 정말로 심장에 쥐가 나서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겼다. 여전히 말이 없다. 회생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사이렌 소리가 ‘아버지가 미안하다’ 는 말처럼 들려왔다. 무엇이 그렇게 미안한 것일까.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여, 자식들에게 당당해지자. <인터넷 신문 문화통 대표> 

 

*문화통에 오시면 이 칼럼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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